나는 참 무딘 사람이다. 춥고 덥고 정도는 금방 반응이 오는데 예전의 황사나 요즘의 (초)미세먼지에 대해서는 거의 무감각이다. 일기예보에 (초)미세먼지 나쁨이라고 나와도 '그런가?' 정도로 생각하고 넘어가기 일쑤다. 그나마 미세먼지가 많은 날은 눈이 뻑뻑하고 따가움을 느낄 때가 있는데 그제야 '아 맞아 오늘 미세먼지 나쁨이랬지'라고 생각할 정도였다.

공기질이 관측 사상 최악이라는 예보가 있던 지난 5일. 나고 처음으로 미세먼지 때문에 마스크를 써봤다. 그날은 경남FC가 아시아챔피언스리그 첫 경기를 하는 날이었기에 네댓 시간 이상을 야외에서 취재해야했는데 하늘을 보니 뿌연게 마스크 없이 보낼 자신이 없었다. 미세먼지가 심하면 눈에서부터 반응이 오니 경기를 집중해서 지켜보기도 어렵다. 마스크를 몇시간째 끼고 있자니 불편하기 그지없었다. 무대책으로 운동장에서 뛰는 선수들이 안쓰럽기도 했다.

후반전 우주성이 동점골을 넣은 뒤 정강이 보호대를 빼내어 입에 가져다 대는 세리머니를 했다. 그 모습을 보고 있자니 한편으론 시원하기도 했고, 한편으로는 걱정도 됐다. 축구 커뮤니티에는 금방 '미세먼지를 몰고 온 중국을 겨냥한 것이었다'는 이야기가 급속히 퍼져나갔다. 아시아축구연맹은 연맹 주관 경기에서 정치적인 행위는 엄격하게 금지하고 있다. 자칫 우주성이 정치적인 세리머니를 한 것으로 몰리면 본인은 물론 경남 구단에도 제재가 가해질 수 있다.

다행히 우주성은 보호대에 새겨진 경남FC 로고를 보여주면서 그 안쪽에 써넣어둔 여자친구 이름에 입맞춤한 것이었다고 뒤에 밝혀져 걱정은 해소됐다.

하지만 잠시나마 느꼈던 '시원함'은 사라졌다. (초)미세먼지 얘기만 나오면 따라오는 '중국 탓' 때문은 아니다. 한국프로축구연맹도 (초)미세먼지 상황에 따라 경기를 연기하거나 취소할 근거를 마련했다고 한다. '야외활동 자제'가 대책일 수는 없지만 근본적인 대책이 마련될 때까지는 이렇게라도 해야지 어쩌겠나. /정성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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