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책임하고 위험한 특혜 매각
'빨리'보다 '좋은'주인 찾기를

필자는 개인적으로 매각을 반대한다. 정확히 표현하면 대우조선해양의 매각을 반대하는 것이 아니라 현대중공업에 매각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경쟁사에 매각하는 것은 전쟁 시 아군에게 적진으로 투항하라고 하는 것과 같고 마치 죽으라고 내보내는 것과 같다. 정치논리를 떠나서 이것은 거제와 경남경제를 송두리째 나락으로 밀어넣는 행위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거제는 다른 곳과 다르게 조선산업이 지역경제의 75%를 형성하고 있다. 대우조선해양은 이 중 약 39%를 차지하고 있다. 특히 경남 전역에 산재한 협력업체만도 1300여 곳에 이른다.

최근 거제는 IMF 외환위기 때도 없었던 불경기를 경험하고 있다. 아파트 가격은 반 토막이 나고 지역상권이 붕괴지점까지 이르렀다고 할 정도의 불황을 경험하고 있다. 매각과정도 투명하지 못했다. 산업은행은 적어도 입찰조건을 제시해서 공개하고 모든 기업들이 신청할 수 있도록 하는 과정을 거쳐야 했다. 그러나 그렇게 하지 않았다. 한마디로 밀실특혜 행정이다.

현대는 대기업 중에서도 수직계열화가 가장 많이 되어 있는 회사이다. 그래서 자기 계열사를 놔두고 타 기관에 발주할 수도 없다. 특히 동종기업 간 통합은 엄청난 구조조정의 소용돌이를 몰고 올 수밖에 없다. 산은은 무책임하게도 고용을 책임진다고 얘기를 한다. 무슨 수로 고용을 책임질 수 있단 말인가? 그러려면 왜 굳이 통합을 하는가?

산은이 내세우는 이유는 두 가지이다. 빅3를 빅2로 만들어야 한다는 것과, 우리끼리 경쟁하다 보면 가격경쟁력을 하락시킨다는 것이다. 그러나 현대와 대우가 합병하면 세계 물량의 21%를 점할 정도의 초매머드 회사가 만들어진다. 그리고 조선시장은 우리끼리 경쟁이 아니라 중국 등 후발주자들이 우리 가격의 70% 정도로 덤핑을 하는 것이 현실이다. 우리끼리 경쟁 자체 의미도 없다는 것이다. 또 하나의 과제는 국제적으로도 기업결합심사를 받아야 한다. 대우와 현대가 합치면 전 세계 LNG선의 60%대를 점하게 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유럽이나 특히 중국과 일본은 우리를 경쟁국으로 생각하고 있기에 강한 제동을 걸 것이라는 것은 언론을 통해 소개되기도 한다.

심지어 이 일을 추진하고 있는 산업은행 회장도 확률은 50%라고 자인한 바가 있다. 그럼에도 산은은 밀어붙이고 있다. 현대는 잃을 것이 없기에 다른 속셈을 하고 있다. 첫째는 대우조선의 미인도 6척 드릴십 2조 7000억 원 현금이다. 두 번째는 인수작업을 진행하면서 당분간 대우조선의 선박영업 조직을 무력화시킬 수 있다. 세 번째는 대우조선 기술력에 대한 실사를 해볼 기회다. 네 번째는 가장 큰 우려이기도 한 단기적인 대우조선 선박 영업활동의 제약이다.

2008년 한화에 6조 원이 넘는 돈을 요구했지만 입찰에 응했다. 지금은 불과 2조 원이고 이것도 우선주를 주는 후불제이다. 당장은 돈 한 푼 들이지 않는다. 이것 또한 과도한 특혜이다. 2008년 당시 GS와 포스코도 응했다. 산은이 지금과 같이 제시하는 조건이라면 무조건 응할 것이다.

어려울수록 양질의 일자리를 살리는 방향으로 접근해야 한다. 조선산업은 사양산업이 아니라 최첨단 산업이다. 우리는 호황이 와도 배를 만들지 못하게 된 일본을 통해 배워야 한다. 무조건 주인을 찾아야 한다고 서두를 것이 아니라 좋은 주인을 찾아주는 것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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