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사립유치원… 봄노래는 멀기만
국가경영, 막연한 기대·의존 없어야

마침내 봄이다. 매화꽃이 추위를 피해 주춤주춤 피어나더니 요 며칠 따듯한 날씨에 그야말로 만개를 하였다. 무언가를 절실하게 기다리던 사람에게는 이렇게 활짝 피는 것만큼 보기 좋은 것은 따로 없을 것이다.

대한민국은 북녘으로부터 따뜻한 바람이 불어내리고 경제가 확확 풀려나가 일자리가 넘쳐나고 농부들은 겨우내 알뜰살뜰 가꾼 농산물이 대박을 치면 마침내 꽃향기 가득한 봄이 온 것이다. 하지만 나라 사정은 봄은 왔건마는 인생사 쓸쓸하구나 하는 노랫가락처럼 봄 노래는 너무 멀리 있다. 잔뜩 기대하게 했던 북미 간 핵 문제는 오리무중이고 경제는 자고나면 더 사정이 안 좋아졌다는 소식뿐이다. 사는 재미가 없으니 먹는 것이 모래 씹는 느낌이고 잘 지은 농사도 영 재미가 없다.

북핵문제는 북미 간 정상회담이 성과가 없이 끝났다. 정부가 잘될 거라는 풍선을 띄워 댄 바람에 국민이 느끼는 실망감만 커졌다. 협상이라는 것이 그렇듯 아직 끝난 것은 아니라지만 그것에 전적으로 기대하는 국민은 점점 줄어들고 있다.

정부로서는 국민의 기대 끈을 계속 가져가고 싶고 평화적이고 우호적인 북핵문제 해결 외에 방법이 없다고 판단하여 북한에 치우친 느낌이 드는 편들기를 하는지는 모르지만 막연한 기대는 국가경영에서 있어서는 안 되는 방법이다. 미국이 자기 편향적이며 과거 운동권이 너무나 잘 알 듯 제국주의적이며 트럼프 정권 문제까지 겹쳐 있어서 자기 멋대로 회담을 마쳤다는 인식은 국가경영의 밖에 있을 때는 유효할 수 있어도 지금은 아니다. 미국을 제대로 알아야 한다. 세계 기축통화라는 해괴한 괴물이기도 한 달러를 마음대로 찍어대고 세계의 바다에 수십 척의 항모전단을 띄워놓고 괜히 으쓱거리는 것이 아니다. 패권을 포기할 리 없거니와 우리나라처럼 힘없는 나라는 그 판도를 벗어날 길도 없다. 보수 우익적 생각이라는 비판을 받을지 모르지만, 그 그늘에서 한강의 기적을 이룬 것을 부정할 수도 없다. 세계질서에서 존재감이 미미한 한국 정도는 그리 중요한 국가도 아니다. 왜 우리가 줄 것 다 주면서 일본과 다른 대접을 받는지 먼저 깨달아야 한다. 김정은이 빈손으로 돌아가는 처량한 모습은 내일의 우리가 될 수도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문재인 대통령과 정부 관계자들에게 국민은 묻고 싶을 것이다. 북한 김정은이 자기 말대로 정말로 핵무기를 포기할 것이라고 믿는가이다. 국가경영은 원칙이 있어야 하고 철저하게 지켜야 한다. 첫째도 둘째도 국리민복이다. 그 원칙대로 북한 핵 해법을 갖고 있다면 국민에게 모든 것을 알게 하고 지지를 모아야 한다. 생각이 다르다고 외면하면 왜소함을 면할 길이 없어지는 것은 보통 사람 사이에도 진리이다. 하물며 국가경영이겠는가.

결국 문은 열었지만 학부모들의 애를 태웠던 유치원 문제는 국가가 했어야 할 임무를 민간에 맡긴 것에서 출발한다. 대입을 비롯한 교육정책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근본 원인 또한 사학의 비중이 너무 높기 때문이라는 지적도 있다. 진주에서 벌어지고 있는 버스 파업도 사달은 준공영이라는 애매한 것에서 출발했다고 본다. 가난한 나라의 재정으로 불가피했다고 하지만 교육을 민간에 의존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 살만해지니까 사학 경영에 필요한 절대액을 정부가 주면서도 끌려다니고 버스는 노동자도 불만, 시민도 불만 지경이 되는 것이다.

봄은 봄답게 활짝 피어야 한다. 꽃샘추위로 열음을 막는 일은 없어야 한다. 봄은 왔건마는 며칠째 미세먼지가 난리다.

기사제보
저작권자 © 경남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