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원 래예플라워 장미 꽃 나눔
역사·상징성 담긴 편지도 함께

"3월 8일 여성의 날을 아시나요?", "오늘 처음 들어봤습니다."

1908년 3월 8일, 미국 1만 5000명 여성 섬유노동자들이 정치적 평등권, 노동조합 결성, 임금 인상을 요구하며 시위를 벌인 날을 기념해 '세계 여성의 날'이 제정됐다. 이들은 "We want bread, but roses, too! (우리는 빵과 장미를 원한다!)"라고 외쳤다. 빵은 생존권을, 장미는 남성에게만 주어졌던 참정권과 인권을 의미한다.

우리나라에서는 1985년 한국여성단체연합 주최로 1회 한국여성대회가 열린 이후 매년 3월 8일 다양한 행사가 열리고 있다. 하지만, 세계 여성의 날이 올해로 110주년을 맞았지만 아직 많은 사람이 모르고 있다.

창원시 의창구 용호동 꽃집 '래예플라워'는 3·8 여성의 날을 알리고자 7일 점심때를 이용해 가게 앞을 지나가는 여성들에게 장미꽃을 나눠주는 행사를 진행했다. 이날 래예플라워 3개 지점은 동시에 행사를 열어 모두 1200송이를 나눠줬다.

▲ 3·8 세계여성의 날을 하루 앞둔 7일 창원시 의창구 용지동 가로수길의 래예플라워 직원들이 여성의 날을 기념하며 이곳을 지나는 여성들에게 장미꽃을 나눠주고 있다. /박일호 기자 iris15@idomin.com

이강성(40) 사장은 "고 노회찬 정의당 의원은 13년 동안 여성의 날이면 국회 청소노동자, 정치인 등 다양한 계층의 여성들에게 축하 편지와 장미꽃 한 송이씩을 전달했다. 아이디어를 얻어 올해 처음으로 꽃 나눔 행사를 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 사장은 꽃과 함께 '벌써 100년이란 시간이 흘렀고 지금은 2019년이지만, 우린 아직 해결하지 못한 과제가 남았습니다'라고 적힌 메모도 전달했다.

반응은 뜨거웠다. 가게 앞을 지나던 여성들은 꽃을 받으려 줄을 서기도 하고, 메모를 읽고 이야기를 나눴다. 대부분은 3·8 여성의 날을 모르고 있었다. 꽃을 받아든 20여 명에게 물었지만 알고 있다는 사람은 한 명도 없었다.

김모(31) 씨는 "여성의 날을 처음 알았고, 잠깐이지만 사회와 가족 관계 속에서 여성인 나의 위치를 생각해봤다. 잡일과 주방 일은 여전히 여자 몫이란 인식이 있는데 일상 속 사소한 일부터 성역할을 없앴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또 다른 김모(47) 씨는 "여성의 날을 몰랐는데 최근 페미니즘 이슈를 접했던 터라 장미 한 송이가 크게 와 닿는다. 몰랐던 사실을 알게 돼 아주 좋다. 회사에 들어가서 검색을 해보려고 한다"고 말했다.

경남여성단체연합은 9일 창원 만남의광장에서 오후 1시부터 5시까지 '3·8 세계 여성의 날 기념 31회 경남여성대회'를 연다. 미투운동, 일본군위안부피해자 의제 등 올해 7개 주제를 알리고, 지난해처럼 성 불평등을 외치는 행사를 준비했다. 경남도교육청은 8일 여직원들에게 장미꽃 스티커를 붙인 빵을 나눠줄 계획이다.

기사제보
저작권자 © 경남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