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원 가포공원 길고양이 급식소
잇단 민원에 구청 철거 결정
동물보호 위한 유지 요구도

모두가 이용하는 공원, 길고양이도 함께할 수 있을까. 길고양이 급식소 철거 여부를 놓고 시민 의견이 분분하다. 창원시 마산합포구 가포동 가포해안변공원에 설치된 길고양이 급식소를 놓고 벌어진 일이다.

가포해안변공원 정자 옆에는 '함께 살아요'라고 적힌 길고양이 쉼터가 있다. '급식소 주변 청결을 위해 노력하고 있으며, 길고양이 개체수 조절을 위한 중성화사업도 진행 중입니다. 모든 생명이 아름답게 공존할 수 있는 공원을 만들기 위해 늘 노력하겠습니다'라는 안내문도 붙어 있다.

6일 공원을 둘러보니 길고양이 급식소 주변은 청결하게 관리되고 있었다. 쉼터 한편에 사료·물 등이 보관돼 있고, 밥그릇·물그릇도 채워져 있었다. 쉼터에 누워 있던 고양이들은 사람을 보고도 도망치지 않았으며, 몇몇은 밖으로 나와 사료를 먹기도 했다.

길고양이 급식소를 두고 문제가 불거진 건 지난해부터다. 마산합포구청에 따르

▲ 창원시 마산합포구 가포동 가포해안변공원에 설치된 길고양이 급식소. /류민기 기자
면 2016년 하반기 한 시민이 급식소를 설치했다. 처음에는 종이상자였는데 여러 사람 손을 거치며 플라스틱상자로 개선됐다. 밥그릇·물그릇도 갖춰졌다.

급식소가 커지자 공원 이용객들 눈에 띄기 시작했다. 이와 함께 공공장소에 개인 시설물을 설치할 수 있느냐는 민원이 늘어났다. 공원을 관리해야 하는 마산합포구청은 공공성을 따져 '철거' 입장을 정하고 지난달 23일 '자진 철거 요청' 안내문을 부착했다. 이에 따라 시설물을 설치한 시민은 15일까지 길고양이 급식소를 치워야 한다.

이 같은 사실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을 통해 알려지자 또 다른 민원이 폭주했다. 동물보호단체와 전국에서 창원시 업무 처리 방식을 성토했다. 오프라인은 물론이고 창원시 시민의 소리 등 온라인에서도 반대 목소리가 나왔다.

마산합포구청은 도시공원·녹지법률 제49조 제1항 제3호 '심한 소음 또는 악취가 나게 하는 등 다른 사람에게 혐오감을 주는 행위'에 근거해 자진 철거할 것을 요구했다. 하지만 동물보호법에 근거해 길고양이에게 먹이를 주는 일은 위법행위가 아니라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동물보호법 제8조 제1항 제3호는 '고의로 사료 또는 물을 주지 아니하는 행위로 동물을 죽음에 이르게 하는 행위'를 하지 못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마산합포구청 공원녹지담당은 "불특정 다수가 이용하는 시설을 관리해야 하는 입장에서는 공공성이 지켜져야 한다고 본다. 이 과정에서 '관리하는데 고생이 많으십니다. 하지만 시설물을 옮겨야 할 거 같습니다'라고 설명하는 부분이 미흡했다"며 "급식소 철거를 반대하는 사람들은 구청에서 불법 시설물로 보고 급식소를 철거하라고 말한 부분에 대해 기분이 좋지 않다고 말한다"고 말했다. 이어 "급식소를 설치한 분들과 연락해 장소를 옮기는 방안을 논의하고자 한다. 연락이 닿는 대로 협의해 눈에 덜 띄는 곳으로 옮겨 절충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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