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3 전국동시조합장선거
조합장에 권한집중 지나쳐
돈 선거·자리 다툼은 여전
토론·마을연설 허용 필요
조합 개혁 땐 혜택 돌아와

김순재(54) 동읍농협 전 조합장은 2010~2015년 조합을 이끌었고, '제1회(2015년) 전국 동시 조합장 선거' 때는 스스로 출마하지 않았다. 이후 2016년 농협중앙회장 후보로 나서기도 했다. 그는 '농협 개혁'을 외치는 대표적인 인물로 잘 알려져 있다. 이번 '조합장 선거' 전반적인 문제점을 들어보고자 7일 그를 찾았다. 김 전 조합장은 직설적인 화법으로 현실 그대로를 전했다. 무엇보다 "조합원들이 투표를 제대로 하면, 선거 때 돈 몇 푼 받는 것과 비교되지 않는 이익을 돌려받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김순재 전 조합장은 휴대전화를 꺼내 동영상 하나를 보여줬다. 남성 두 명이 작은 상자를 차에 싣고 어디론가 떠나는 장면이다. 이 영상을 찍은 이들은 자동차 번호판과 남성들 얼굴을 확인하며 '조합장 선거 후보자 지인'이라 확신했다. 특히 상자 속에 돈이 들었을 것으로 추정했다. 이곳 조합장 선거구는 경남 아닌 지역이다.

김 전 조합장은 금품 선거 관련해 더 길게 말하지 않았다. 대신 잘 알려지지 않은 얘길 들려줬다. 처음 출마하는 후보들은 불출마한 전·현 조합장에게 이른바 '권리금'을 주기도 한다는 것이다.

"이 역시 경남지역은 아니다. 한 후보자가 '전 조합장한테 권리금 명목으로 5000만 원은 줘야겠다'는 얘길 아무렇지 않게 하더라. 그러자 그 옆에 있던 관계자는 '너무 적다, 1억 원은 줘야지'라고 했다. 선거 관련 일을 하는 한 관계자를 만났는데 '이쪽 세계가 상식적으로 너무 이해 안 된다'고 하더라. 나 역시 마찬가지다."

도내에서는 이런 예도 있다고 한다. 8년 전 ㄱ 씨는 후보로 출마해 ㄴ 씨와 고소·고발을 주고받은 끝에 당선됐다. 그리고 4년 전 불출마하면서 ㄷ 씨를 밀어줬고, ㄷ 씨가 당선됐다. 이어 이번 선거에서 ㄴ·ㄷ 씨가 맞붙자 앙숙이었던 ㄴ 씨를 밀어주고 있다. ㄱ 씨가 ㄷ 씨로부터 예우(?)를 받지 못했기 때문으로 추측만 할 뿐이다.

한편으로 제한된 선거운동이 후보들을 음성으로 내모는 측면도 있어 보인다. 김 전 조합장은 이 대목에서 '입은 풀어주고 돈은 묶어야 한다'고 표현했다.

"어느 후보는 하루 두 통씩 문자메시지를 보내온다. 딱한 마음이 들었다. 후보자가 할 수 있는 게 이런 것밖에 없기 때문이다. 지금 조합원들은 주변에 '누가 더 낫나'라고 물어서 선택하는 식이다. 후보자 토론회라든지, 마을 단위 순회 연설 같은 것을 허용해야 한다. 입과 발은 풀어주고 돈과 거짓은 묶어야 하는데, 지금은 그 반대다."

그렇다면 왜 이렇게까지 하면서 조합장이 되려는 걸까? 김 전 조합장은 "나도 그걸 모르겠다"면서 이 얘기로 대신했다.

▲ 김순재 전 창원시 동읍농협 조합장이 7일 전국동시조합장선거 문제와 개선점 등에 대한 견해를 밝히고 있다. 김 전 조합장은 "조합원들이 투표를 제대로 하면, 선거 때 돈 몇 푼 받는 것과 비교되지 않는 이익을 돌려받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박일호 기자 iris15@idomin.com

"조합원들 사이에서 이런 말도 돈다. 예를 들어 '우유 팩 1원만 리베이트 받아도 수억 원이다'와 같은 얘기다. 조합장이 쥐고 있는 인사권도 큰 부분이다. 한 농협 직원은 높은 연차인데, 자존심에 상처받을 만한 한직으로 발령받았다. 그러다 갑자기 높은 직급으로 승진했다. 그게 뭘 말하겠는가?"

김 전 조합장은 그러면서 과도한 권력 집중을 언급했다. 이른바 '3권'을 모두 쥐고 있다는 것이다.

"조합장은 일상적으로 조합 업무를 관리한다. 그리고 조합장이 이사회·총회 안건을 99.9% 상정한다고 보면 된다. 또한 인사위원회 의장이기도 하다. 이게 차례대로 행정·입법·사법권 아니겠나. 제도적으로 견제 장치는 많다. 하지만 현실에서 작동이 안 된다."

이러한 전반적인 문제에 대해, 시선은 농협중앙회 역할로 옮겨간다. 김 전 조합장은 농협중앙회장 투표권을 일반 조합원으로 확대하면 지도·감독 기능을 높일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하지만 결국 '조합원 스스로의 의식 변화'로 귀결했다.

"조합이 제대로 변화하면 유통 단계 축소, 교육지원사업 활성화, 상호금융 대출 이자 하락 등으로 이어진다. 그 이익이 고스란히 조합원·농민 자신에게 돌아가는 것이다. 이러한 의식을 가진 후보들도 많다. 유권자들이 이러한 후보를 제대로 뽑으면 된다. 조합원들이 자신의 가치·권리를 제대로 인식한다면 돈 몇 푼에 넘어가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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