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은-현대중 절차 강행
지역사회 위기감 고조
대책위, 도에 대응 촉구

대우조선해양을 현대중공업이 인수하는 절차가 급물살을 탔다. 산업은행과 현대중공업은 8일 대우조선해양 매각(인수)과 관련한 본계약을 체결할 예정이다. 본계약을 체결하더라도 기업 실사 등의 후속 절차가 남아 있긴 하지만 사실상 현대중공업의 대우조선해양 인수가 초읽기에 들어가는 것이다.

대우조선해양에서는 사무직과 현장직을 불문하고 현대중공업의 대우조선해양 인수를 극렬하게 반대한다. 대우조선해양 노동자들과 거제 시민들이 우려하는 지점은 명확하다. 조선 시장을 양분하다시피 해온 빅1과 빅2가 합쳐져 메가 조선사로 재탄생하게 되면, 통폐합을 통한 슬림화 작업은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당장 영업·인사·총무 파트가 통폐합된 후 구조조정 작업이 설계·현장 인력으로까지 확대되면 수천 명이 고용위기에 내몰릴 수밖에 없다는 판단이다.

또한 이는 지역산업 붕괴로 이어질 게 뻔하다는 지적이다. 거제뿐 아니라 창원·김해·고성·통영 등에 산재해 있는 대우조선해양 1200여 개 협력업체들이 서서히 현장에서 배제되고 '현대중공업 협력업체'로의 납품 체계 재편이 이루어질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이는 해당 자치단체장들의 움직임으로 이어졌다. '창원·김해·거제·통영·함안·고성' 지역 단체장들은 지난 6일 "대우조선해양 독립경영을 통한 고용 안정 보장, 기존 협력사와 기자재 업체들의 산업 생태계 보장 등 조선 현장의 상생과 지역경제 파탄 우려에 대한 신뢰할 수 있는 대안 없이 일방적으로 매각 절차가 진행되어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특히 함안을 제외한 5곳의 단체장들이 모두 더불어민주당 소속이라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이런 가운데 정부는 현대중공업의 대우조선해양 인수 합병이 지역경제 활성화에 오히려 도움이 될 것이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7일 기자 간담회에서 "대우조선 노조는 급격한 고용 조정을 불안해하는데 대우조선은 추가 구조조정이 필요한 상황이 아니라고 본다"고 밝혔다. 최 위원장은 "현대중공업이 일감을 다 가져가 대우조선이 고사할 것이란 우려도 있는데 현대중공업이 상당한 부담을 치르면서 인수한 회사를 고사시킨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생각하기 어렵다"며 "인수가 되더라도 대우조선은 독자적으로 경영될 것"이라고 덧붙이기도 했다.

하지만 이는 '신뢰할 수 없는 공수표'이자 '어불성설'이라는 지적이 이어진다. 대우조선 매각 반대 운동에 동참하고 있는 STX엔진(창원 소재) 노조 신규철 지부장은 "현대중공업의 자체 엔진 모델이 있는데, 다른 제품을 쓸 이유가 있겠느냐"며 "대우조선해양과 조선경기 회복을 기다려온 우리 직원들도 또다시 혼란에 빠져들었다"고 토로했다. 또, HSD엔진 노조 이상우 지회장은 "대우조선 납품이 전체 매출의 30∼40%를 차지하고 있는데, 향후 5년 안에 회사 자체가 존폐 위기에 빠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7일 대우조선 노동조합을 포함한 '대우조선 매각 반대 지역경제살리기 경남대책위'는 도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중차대한 매각 문제를 밀실에서 야합하듯이 짜고 치는 건 촛불정신과 거리가 멀다"며 "정부는 당사자인 노조를 비롯해 지자체와 시민사회 등 지역경제 주체들의 목소리를 듣는 것부터 다시 시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책위는 특히 '경남도' 대응을 강하게 요구했다. 류조환 민주노총 경남본부장은 "살아나던 대우조선이 매각 발표로 다시 나락으로 떨어지고 있고 여러 기업이 함께 어려워지는데 경남도는 뭘 하고 있는지 모르겠다"며 불만을 드러냈다.

경남도는 그동안 박성호 권한대행과 문승욱 경제부지사를 중심으로 대우조선 노조는 물론 여러 협력업체 관계자들과 만나며 대책을 논의해왔다. 하지만 대우조선 매각에 따른 지역경제 어려움을 우려하면서도 현대중공업이 인수에 참여하는 상황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 김경수 지사 부재로 정무적 판단을 쉽사리 공표할 수 없는 상황이 작용한 탓이다.

그럼에도 대우조선 매각을 우려하는 목소리는 계속 높아지고 있다. 경남도의회는 만장일치로 대우조선 생존권 대책 마련 등을 촉구하는 대정부 건의안을 통과시켰으며, 김한표 국회의원은 "정부의 독단적인 대우조선해양 매각을 즉시 중단하라"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최소한 노조 등 직접 이해당사자들의 매각 협상 참여, 대우조선해양 독자경영 보장 등에 대한 신뢰할 만한 대안 제시가 없다면 대우조선해양 매각을 둘러싼 혼란은 앞으로 더 증폭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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