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리그1·ACL 선전에 흥행 전조
입장 관리·스토어 운영 등 미숙
팬들 "1만 관중 내다본 행정을"

경남에 봄이 왔다. 지난 1일 성남FC와 홈 개막전에서 경남FC는 김승준과 쿠니모토의 연속골에 힘입어 2-1 승리를 챙겼다. 유료관중 6000여 명, 전체 관중 1만여 명이 이 경기를 지켜봤다. 수비라인이 흔들리는 모습도 보였고, 조직력도 아직 최상은 아니었지만 김종부 감독과 경남 선수단에 대한 기대치는 한참 높아졌다.

그리고 5일 창원에서 열린 경남의 아시아챔피언스리그(ACL) 첫 경기. 구단 사상 첫 아시아 무대 도전, 개막전에서 보여준 환상적인 퍼포먼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거 펠라이니와 세계적 스타 펠레, 200명은 넘는 듯한 중국 산둥 루넝 원정 팬 등 관중이 몰릴 여러 이유가 있었다. 관측 사상 최악의 미세먼지, 평일 저녁 경기, 엄격한 아시아축구연맹(AFC)의 구장 관리 등 불리한 여건도 함께했다. 그런데도 4229명이 창원축구센터를 찾아 응원전을 펼쳤다. 적어도 관중 모집에는 기대 이상으로 성공했다.

▲ 지난 5일 경남FC 아시아챔피언스리그 첫 경기를 앞두고 창원축구센터 앞에 표를 사려는 관중이 몰렸다. /프로축구연맹

◇흥행 전조와 우려 교차 = 지난해 진주에서 벌어진 홈 이전경기에서 1만 관중을 넘기고도 평균 관중은 3000여 명에 불과했던 경남이 평일 저녁 경기에서 4000명을 넘겼으니 모객에 성공했다. 전조가 좋아보인다. 개막전과 산둥전 이후 경남 서포터스 가입 문의도 몰려들고 있다. 올 시즌 흥행 성공 가능성이 보이는 부분이다.

하지만 지난해 개막전에서 말컹의 해트트릭과 퇴장으로 인한 폭발적인 관심에도 평균관중 3000여 명밖에 모으지 못했던 전철을 되풀이할까 우려도 들려온다. 이날 ACL 경기는 AFC의 엄격한 관리로 치러졌다. 선수단 못지않게 구단 프런트도 처음이다보니 미숙할 수 있었다. 온갖 불만에도 커뮤니티와 카페 등에는 "처음이니 이해해주자"라거나 "구단 직원이 많지 않으니 어쩌겠나"며 이해하는 분위기가 주류를 이루고 있다.

◇첫 ACL에 우왕좌왕 = 일단 관중석 관리에서부터 볼멘소리가 터져나온다. 일반적으로 동서남북에 따라 W·E·N·S석으로 구장 관람석이 분류되는데 S석은 원정 응원팬 구역으로 인식된다. 하지만, 중요한 경기일수록 S석 전체를 원정 응원단에 다 내주지 않는다. 원정 응원단이 S석 전체를 채울 수 있으면 모를까 이날 경기처럼 200여 명이 오는 경기라면 원정 응원단 좌석을 제한할 필요가 있다. 경호나 전체 관중 관리에도 효율적이어서다. 하지만 이날 경남은 S석 모두 중국에 내줬고, 중국 응원단은 3개가량 그룹이 따로 응원하는 모습이었다. 쓸데없는 경호 인력과 경찰력까지 낭비한 것이다.

AFC는 경남-산둥 경기에 관중이 음료와 음식 반입을 일절 못하도록 했다. 구단은 이 사실을 5일 오후에야 공지했다. 일반적으로 물은 뚜껑을 제거하고 상표를 스티커로 가리는 선에서 반입이 허용됐던 관행에 비해 훨씬 엄격해진 기준이다. 이를 모르고 음식물과 음료를 갖고 왔다가 입구 검색대에 맡겨두고 입장한 관중이 많았다. 하프타임 때 둘러본 입구에는 온갖 음료와 음식물이 아무런 분류나 표시 없이 마구잡이로 테이블에 쌓여 있었다. 하프타임 때 한 관객은 쌓인 음식물을 일일이 뒤지며 자신이 맡겨둔 과자봉지를 찾느라 애를 먹고 있었다.

입장권 발매와 입장에 걸리는 시간도 불만이 많았다. 지정석으로 운영하는 거야 AFC 정책이니 어쩔 수 없다 하더라도 오후 4시께부터 매표소 앞에 줄을 서는 사람이 있는데도 안내 직원은 한 명도 없었다. 은근슬쩍 새치기가 일어나 작은 실랑이가 벌어지기도 했다. 입장권 발권도 좌석 지정을 하는 과정을 거치다보니 K리그 발권보다 오래 걸렸다. 전반전이 끝나갈 때까지도 입장하는 관중 모습이 보였다. 이 과정에서 일부는 경기 관람을 포기하고 발길을 돌렸다. 발권에 긴 시간이 걸린 이유는 원정팬으로부터 입장료 수입을 많이 얻고자 4만~5만 원으로 입장료를 높게 책정하고 도민에게는 대폭 할인해주는 정책 때문에 온라인 예매보다 현장 구매로 몰린 탓이 컸다. 경남도민임을 확인할 수가 없는 온라인 예매는 정가를 다 내야 했기 때문이다.

하프타임 때 경기장 밖으로 나가봤더니 벤치 등에 삼삼오오 모여 음식을 나눠먹는 모습이 보였다.

양산에서 퇴근 후 친구와 함께 운동장을 찾았다는 한 관중은 "표 사느라 줄 서고, 입장하려고 줄 서다 보니 거의 전반전이 끝날 시간이더라"며 "음식물 반입도 안된다고 해 하프타임 때 준비해온 음식을 밖에서 다 먹고 입장해 후반전을 보려고 한다"고 말했다.

◇팬 기다림도 한계있어 = 유니폼과 각종 기념품 등을 판매하는 스토어도 입방아에 올랐다. 중국 원정팬들이 몰려들어 머플러 등을 구매하기도 해 일손이 달릴 만했다.

하지만 오후 7시가 되기 전에 결제하고 유니폼에 등번호와 선수 이름 마킹을 맡겼는데 경기가 끝나고 갔을 때도 준비가 안돼 있더라는 불만도 컸다. 심지어 밤 11시 30분이 다 돼서야 유니폼을 받았다는 글이 한 커뮤니티에 올라와 많은 공감을 받았다.

물론 아직은 구단의 열악한 사정과 처음이라 시행착오로 이해하는 분위기가 주류다. 대중이 언제까지 구단을 이해하고 기다려줄지는 아무도 모르나 아직은 구단에 기회가 있다.

"구단 행정이 평균 관중 2000~3000명 수준에 최적화돼 있는 것 아닌가 싶다. 평균 관중 1만 명을 내다보고 준비하는 모습을 보여주면 좋겠다."

2006년 창단 때부터 팬이라는 사람의 말은 구단의 각성을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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