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전사서 산 전기, 원가이하 판매
가격 적절히 인상해야 소비 줄어

한국전력의 적자 전환에 대하여 말들이 많다. 친원전을 주장하는 사람들은 탈원전 정책 때문이라고 한다. 한전은 해명자료를 통해 탈원전 때문이 아니고 연료 가격이 상승해서 발생한 것이라고 주장한다. 또 다른 이유인 원전 이용률이 떨어진 것은 격납건물 철판 부식 발생, 콘크리트 공극 발견 등으로 안전점검 필요성이 대두하면서 멈춘 원자로가 많았기 때문이라고 한다. 올해는 원전 이용률이 상승하면 적자요인이 해소될 것이라고 주장한다. 필자가 한전의 '전력통계속보'를 분석한 바에 의하면 적자 원인은 전혀 다른 곳에 있었다.

한전은 전기를 발전회사로부터 사서 마진을 붙여 소비자에게 판매하여 이익을 얻는다. 한전이 발전회사로부터 구입한 단가(1㎾h)는 지난해 평균 94.4원이었고 소비자에게 판매한 단가는 108.7원이었다. 한전이 총 판매한 금액(57조 2000억 원)을 총 판매한 양(5261억㎾h)으로 나눈 것이 단가이다. 마진을 14.3원 붙였는데 2017년에는 23.4원을 붙였고 2016년에는 26.8원을 붙였다. 과거 3년간 평균 마진율이 28.6%였는데 지난해는 특별한 이유도 없이 마진율이 15.1%로 떨어졌다. 지난해 한전이 발전회사로부터 구입한 전력량을 보면 석탄이 2267억㎾h로 가장 많았다. 전체의 42.2%. 온 국민이 미세먼지로 고통받는 가운데 값이 싸다는 이유로 석탄 전기를 2017년보다 19억㎾h 더 많이 구입했다. 원자력은 안전 문제로 멈춘 원자로가 많아 140억㎾h를 덜 구입했다. 대신에 가스발전 전력을 268억㎾h 더 많이 구입했다. 구입 비중을 보면 석탄 발전은 변동이 없고 원자력 비중이 27.1%에서 23.7%로 축소됐고 대신 가스발전이 22.6%에서 26.9%로 늘어났다. 가스발전 단가는 121원, 원자력은 62원이었으니 ㎾h당 59원의 인상 요인이 발생한 것이다. 금액으로 환산하면 1조 5800억 원이다. 총 판매량으로 환산하면 1㎾h에 3원이 인상되고 한 가정으로 환산하면(월평균 350㎾h 사용) 한 달에 1050원이 인상되어야 한다. 그러나 한전은 인상하지 않았다.

한전은 적자 원인으로 수입 석탄 가격이 21.6%, 가스 가격이 16.4% 인상된 사실을 주장한다. 연료 가격으로 인한 수입금액 상승분은 발전회사가 감당하는 것이고 이미 한전으로 판매할 때 반영된 것이다. 석탄 구입 단가는 오히려 20전이 내렸고 가스는 1㎾h에 8원을 인상하여 한전에 팔았다. 한전은 8원 인상된 단가로 전력을 구입하여 그 단가에 적정이윤을 붙여 소비자에게 판매하였다면 적자가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다. 8원을 인상하여 판매하면 4조 원의 수익이 발생한다. 그러나 어찌된 이유인지 한전은 작년에 오히려 80전을 내려 판매하였다. 가정용은 지난해보다 1원 80전을 더 싸게, 산업용은 1원 20전을 더 싸게 팔았다. 한전이 적자가 날 수밖에 없다. 그 덕분에 가정용 전기소비는 2017년보다 6.3% 증가했다. 누진제를 완화하고 가격을 내렸으니 전기소비는 당연히 늘게 된다. 선진국은 전기소비가 10년 전부터 계속 줄고 있는데 우리나라만 꾸준히 늘고 있어 조만간 미국의 소비를 따라잡을 추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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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론은 간단하다. 미세먼지를 줄이고 방사능의 위험을 벗어나기 위해서는 전기소비를 줄여야 한다. 전기소비를 줄이는 가장 간단한 방법은 전기요금을 원가 이상으로 인상하는 것이다. 호주는 전기요금 인상으로 전력소비를 15% 이상 줄였다. 탈원전을 원한다면서 전력소비를 줄이지 않으면 공염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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