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시설물 없어 보전 가치
주민들, 대형창고 건립 막아내
농민단체, 경관농업 조례 요구

생태환경 보전 가치가 높은 거창군 '서덕들'에 최근 대형 농사용 창고가 들어서려고 하자 주민들이 반발해 막아냈다. 이 일을 계기로 경관농업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서덕들은 위천면 상천리 일대 100㏊가 넘는 넓은 들녘으로 농사용 수로 외 전봇대와 비닐하우스 등 인공 시설물이 없는 들로 유명하다.

상천리 강남·상천·서원마을 주민들은 지역 한 영농조합에서 서덕들 일대에 759㎡ 면적의 농사용 창고 건립을 추진하자 지난 4일 주민대책위원회를 꾸리고 반대 운동을 벌였다.

해당지역은 농림지역으로 분류돼 창고 건립 인허가 사항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창고 건립을 추진했던 영농조합이 마을 주민 설득이 어려워지자 사업을 자진 포기하면서 일단락됐다.

▲ 최근 대형 농사용 창고 건립을 두고 갈등을 빚은 거창 서덕들 전경.

이 과정에서 거창군은 2015년 서덕공원을 조성하며 서덕들 경관 보전에 힘을 실으면서도, 이번 농사용 창고 건립과 관련해 원론적인 태도만 보이다 주민들의 원성을 샀다.

이를 두고 마을 주민과 농민단체들은 경관농업에 대한 인식 개선과 근본 대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거창농업회의소 김훈규 사무국장은 "서덕들은 금원산과 현승산 등 주변 환경과 어울려 논농사를 기반으로 한 생태환경 보전 가치가 큰 곳으로 그동안 마을 주민들이 노력해 전봇대조차 설치하지 않은 곳"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번 상황은 시간과 장소를 달리해 어디든 일어날 수 있는 일이다"며 "농업 환경을 지키고 주민들의 실질적 소득을 보장하는 경관농업직불제 등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경관농업은 농작물이 자라는 모습과 주변 풍경이 어울려 만들어 내는 경관을 잘 보전해 관광객 유치 등을 통해 경제적인 이득을 창출하는 농업 형태를 이른다.

한국에서는 2007년부터 지자체와 마을 간 협약을 체결하고 농지에 경관작물을 재배할 경우 소득 손실액에 대해 보조금을 지급하는 '경관보전직불제'가 시행되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로 '고창 청보리밭', '봉평 메밀밭', '제주도 유채 단지' 등이 있다.

농업회의소 등 농민단체에서는 이번 일을 계기로 농업환경 보전에 대해 공론화의 계기로 삼는다는 계획이다.

농민단체 한 관계자는 "앞으로 토론회를 비롯해 농민들의 의견을 수렴해 경관농업과 관련한 조례 제정을 요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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