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원성산 D-27
민주, 집권당 심판론 방어
정의·민중 '진보 상징'사수
한국·바른, 보수세력 재기전

내달 3일 창원 성산 국회의원 보궐선거에 온 정치권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지난 5일 성산구에는 보선 후보를 낸 주요 정당 대표자들이 약속이라도 한 듯 총집결했다.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김해 봉하마을을 거쳐 반송시장을 찾았고, 아예 창원에 따로 집을 구한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와 이정미 정의당 대표는 각각 출마자를 지원하는 기자회견과 상무위원회를 개최했다. 역시 상주 중인 이상규 민중당 상임대표도 진보후보 단일화 관련 기자회견과 당무위원회 일정을 소화했다.

앞서 지난달 18일 이해찬 대표를 비롯한 더불어민주당 지도부는 경남도청을 찾아 올해 처음이자 전국에서 첫 번째로 당정 예산정책협의회를 개최한 바 있다.

배경은 명확해 보인다. 전국적으로 경남 2곳, 즉 창원 성산과 통영·고성에서만 국회의원 선거가 열리는 '미니 재보선'이지만 역으로 이 2석의 정치적·상징적 의미가 엄청나게 커졌다. 특히 창원 성산은 도내 정치권력을 거의 양분 중인 민주당·한국당에 더해 바른미래당·정의당·민중당까지 총출동하는 격전지다.

4일 민주당 측은 권민호 후보와 민홍철(국회의원·김해 갑) 경남도당위원장이 나서 범진보진영 단일화를 제안해 이번 선거의 중요성을 다시금 확인시켰다.

기자회견에서 밝힌 것처럼 김경수 경남도지사가 '드루킹 사건'(민주당원 인터넷 여론조작 사건)에 연루돼 구속된 상황에서 성산이 한국당에 넘어갈 경우, 민주당으로선 갑절로 '심판'받는 꼴이 될 수밖에 없다. 권 후보가 여영국 정의당 후보에게 다소 밀리는 형국이지만 최소한 '범민주개혁진영 승리'라도 이뤄내야 파장을 축소할 수 있다. 더구나 통영·고성은 더더욱 불안한 형편이다.

반대로 한국당은 영남 보수세력의 '화려한 재기'뿐 아니라 황교안 신임 대표의 데뷔 무대이자 첫 시험대라는 의미가 걸려 있다. 승리하면 도정 주도권 확보는 물론 황 대표의 존재감·영향력이 더 커지겠지만 패하면 김경수 지사 등을 상대로 한 공세가 무뎌질뿐더러 내년 총선 공천을 앞두고 황 대표 리더십에 물음표가 찍힐 수 있다.

만일 범진보진영 단일화가 성사되면 다급한 한국당 측이 바른미래당에 '범보수진영 단일화'를 제안하는 것 아니냐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도 그 때문이다. 마침 황 대표는 바른미래당까지 포함한 보수대통합을 말하고 있다. 창원 성산 보선이 바로 그 시발점이라면 이보다 더 좋은 '그림'은 없다.

바른미래당 이재환 후보와 손학규 대표는 그러나 '당리당략' '정치공학'이라며 단일화 자체에 부정적이다. 바른미래당은 일단 제3당으로서 홀로서기, 생존과 자립의 기회로 이번 보선을 치르는 듯 보인다.

문제는 결과에 따른 후폭풍이다. 당선권과 거리가 먼 현실에서 선전하면 목적 달성일 수 있지만 참패하면 당의 존립이 더욱 위태로워질 수 있다. 새누리당-바른정당 출신 의원 중심으로 보수진영 통합 목소리가 한층 커질 것이라는 얘기다.

정의당과 민중당은 예의 '진보정치 1번지'로서 창원 성산의 명성과 위상에 답해야 하는 사명을 지니고 있다. 특히 정의당은 고 노회찬 전 의원의 유지를 이어받는 상징적 의미까지 이번 선거에 부여돼 있고 나아가 민주평화당과 공동교섭단체 복원 여부가 '성산 1석'에 달렸다.

이정미 정의당 대표는 "짧았지만 강력했던 공동교섭단체를 부활시키겠다"며 "다른 정당이 1석을 더 가져가면 어떤 변화도 없지만 정의당은 20대 국회의 획기적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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