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합니다. 정말 고맙습니다." 이삼수 사천시의회 의장은 김조원 한국항공우주산업(KAI) 사장에게 연신 고마움을 표했다. 큰절이라도 할 기세였다. 송도근 사천시장은 행사 연설에서 처음으로 원고를 준비해서 읽었다. 즉흥 연설을 좋아하는 송 시장에게는 이례적인 일이다. "사천바다케이블카 준공식에서도 원고는 없었는데, 오늘은 자칫 목이 멜까봐" 그런다고 했다.

KAI는 우주센터를 본사가 있는 사천에 건립하기로 결정했다. 지난 4일 열린 착공식은 사천시민의 축제와 다름없었다. 경쟁자였던 진주시가 시장이 선봉에 나서 유치활동을 펼쳐서인지 행사장의 기쁨은 더했다. 여상규(사천·남해·하동) 국회의원은 법사위원장 지위로 KAI를 위해 정부 예산을 최대한 많이 따겠다고 약속했다. "이제부터 김 사장을 존경하기로 했다"고도 했다. 물론 정치적 수사였을 수 있다. 지난해 미국 공군 고등훈련기(APT) 사업 수주전에서 KAI가 실패했을 때 김 사장이 능력 없다고 '낙하산 인사'라 했던 그였다. KAI가 부품생산 공장을 고성군에 짓기로 하자 사천시의회가 저지 결의문을 채택한 게 엊그제 같은데, 격세지감이다. 반대로 진주시는 대략난감이다. 애초 '우주산업은 진주'라는 기치를 올렸던 김재경(진주 을) 국회의원도 마찬가지다. 진주시는 유감을 표명했다. 사천에 우주센터를 짓는 건 예산낭비라고 비판했다. 그래도 마지노선은 지켰다. "KAI 사업이 성공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서부경남 동반발전과 상생 협력에 적극 협조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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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정답이다. 올해 초 진주시는 사천시와 경계지역 홍보판 문구를 '항공우주산업특별시 진주'로 바꿨다. '파이 나눠먹기'가 아니라 사천과 함께 파이를 키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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