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8세계여성의날을 앞두고 전국 곳곳에서 행사가 열렸거나 열릴 예정인 가운데 경남 지역 이주여성들이 발표한 선언문이 눈길을 끌고 있다. 한국사회가 미처 관심을 끌지 못한 이주여성의 삶에 대해 사회적 환기가 필요한 때이다.

한국에 이주하여 다문화가정을 형성한 결혼이민여성들의 출신국은 중국·베트남·필리핀·태국·일본·캄보디아·몽골 등이 대부분으로 이 나라들은 한국보다 성평등 수준이 상대적으로 높은 나라들로 평가된다. 실제로 세계경제포럼에서 2018년에 발표한 '성 격차 지수'에서 대한민국은 149개국 중 115위로서 이들 나라보다 모두 뒤처진 것으로 나타났다. 사회주의를 경험했거나 남방 아시아 특유의 모계사회 전통이 강한 나라 출신의 결혼이민자들은, 한국에 이주한 후 본국에서는 미처 알지 못했던 젠더 불평등에 맞닥뜨리기 일쑤다. 이주여성들이 한국사회에서 겪는 성불평등은 기존 한국사회에서 공고한 불평등이 반영된 경우도 있지만, 그 못지않게 한국 여성들보다 더한 성불평등이 가해지는 측면도 존재한다. 이 경우 한국보다 젠더 불평등이 덜한 나라에서 온 이주여성들은 한국에 이주한 후 한국 여성들보다 낮은 처지를 강요받는 셈이다.

결혼이민자들은 가정 내에서 남편에게 종속적인 처지를 느끼거나 대한민국 사회가 한국 여성들에게 대놓고 요구하지 않는 가부장적 문화를 자신들에게는 강요할 때가 많다고 호소한다. 언론매체를 중심으로 결혼이민여성이 아내나 여성이 아니라 '외국인 며느리'로 불리거나, 제사나 명절 노동 등 전통문화를 충실히 지키는 사람으로 규정되는 경향에 대해 한국사회는 심각하게 반성해야 한다. 또 취업으로 입국한 이주여성들의 경우는 농촌 등 정부의 관리가 제대로 미치지 못하는 사각지대에서 인권 유린에 노출되는 경우가 허다하다.

경남의 이주여성들이 발표한 선언문에는 평등하고 행복한 다문화가정을 위해 정부가 국적법 등 제도를 개선하고, 여성 이주노동자들의 인권을 보호하며, 한국사회에 한국여성과 이주여성의 분열·차별을 조장하지 말라고 호소했다. 한국사회가 이들의 목소리에 적극적으로 응답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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