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일 변광용 거제시장이 대우조선 일방 매각에 반대한다고 공식 의견을 내었다. 기초단체장이 대우조선 매각 이후 닥쳐올 고용불안과 지역경기 위축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를 높이는 건 지극히 당연한 일이다.

대우조선 매각을 놓고 이해관계 당사자들이 저마다의 입장을 펴는 건 결코 잘못이 아니다. 오히려 자신들의 특별하고 부분적인 이익만 앞세워서 전체 국가경제에 해를 끼치는 건 분명 문제다. 또한, 이익과 손해를 저울질하고서 한쪽의 편만 드는 건 부당한 일이다. 선의의 피해자가 발생할 수밖에 없는 사안을 두고 항상 억울한 피해자가 생기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는 도덕적 경구만 읊조리는 황당한 일이 벌어지곤 한다. 이른바 기계적 중립이라는 애매모호한 태도만 취하면서 약자들이 겪는 피해는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합리화해서는 곤란하다.

대우조선 매각에 대한 사회적 토론이 필요한 이유도 바로 이런 일들을 예방하기 위해서이다. 먼저 가장 피해를 볼 가능성이 큰 대우조선 노동자와 노조가 하는 주장이 무엇인지 들어보아야 한다. 대우조선 매각사태의 원인은 경영진의 무능에서 비롯된 측면도 있지만, 우리 조선 산업의 설비능력을 감축하려는 정부의 의지도 포함되어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이미 13조 원이라는 천문학적인 금액이 공적자금으로 투입된 대우조선을 2조 원도 안 되는 돈으로 현대중공업이 인수한다는 사실 자체가 이미 어마어마한 특혜가 아니냐는 비난이 나오고 있다. 한국 조선업이 향후 현대중공업 중심으로 재편된다는 건 현대중공업의 시장지배력이 압도적으로 높아진다는 의미이고 사기업이 조선 산업의 운명을 좌지우지할 수도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현대중공업이 조선하청기업뿐만 아니라 조선기자재산업에 포진하고 있는 협력기업들의 운명까지도 영향을 끼칠 수 있다면 정부는 이에 대한 정책적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 산업은행만 앞세우곤 뒤로 숨어 버리는 비열한 행동을 해서는 곤란하다. 물론 시장에서 진행되는 거대기업들의 인수합병에도 정부가 관여해야 하겠지만 중소조선소와 조선기자재산업의 육성책이 무엇인지부터 분명히 밝혀서 이해당사자들을 설득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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