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목 받는 무한대·친환경 핵융합에너지
난제 속에도 상용화 위해 계속되는 도전

인류의 지속가능한 생존을 위해 필요한 자원은 무엇일까? 바라보는 시각에 따라 다양한 의견이 있을 수 있겠으나 아마도 에너지와 물, 식량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이 중에 어느 하나라도 부족하면 인류의 생존 자체가 그만큼 어렵기 때문이다.

에너지의 특별한 형태인 불은 고대 그리스 신화에 의하면 티탄족의 후예인 프로메테우스가 인간에게 준 선물로 알려져 있다. 프로메테우스가 올림푸스의 주신(主神)인 제우스와 척(隻)을 지면서까지 '태양의 전차'에서 횃불로 옮겨 선물한 덕분에 인간계는 어두운 밤에도 두려움 없이 지낼 수 있었으며 음식을 익혀 먹음으로써 건강도 지킬 수 있었다고 한다. 비록 신화 속 설화(說話)지만 인류의 문명은 불을 발견한 이후로 급속히 발전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작금에 숨 가쁘게 진행되고 있는 4차산업혁명 기술은 따지고 보면 인류의 삶의 질을 고도화하고 편익을 극대화할 수는 있겠지만 에너지만큼 인류의 생존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치는 필수요소는 아닐 것이다. 최근, 화석연료의 고갈 및 환경문제로 태양광, 풍력 등 신재생에너지원이 개발되고 있지만 산업 전반의 수요에는 미치지 못하는 실정이다.

현재 몇몇 선진국들을 중심으로 안전하며 폐기물이 적은 무한대의 미래 에너지원으로 핵융합장치에 대한 연구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핵융합장치는 태양이 핵융합반응을 통해 에너지를 생산하는 원리를 응용한 것으로 '인공태양'이라 불리며 중수소와 삼중수소를 연료로 활용하는데 특히 중수소는 바닷물에서 추출할 수 있어서 연료는 무한대라 할 수 있다.

핵융합반응이 일어나기 위해선 태양의 중심온도(1500만℃)의 7배인 1억℃ 이상의 고밀도 플라스마(plasma)를 장시간 유지할 수 있어야 한다. 현재로선 초고온의 플라스마를 가두는 토카막(Tokamak)방식이 실용화에 가장 근접한 핵융합장치로 알려져 있다. 우리나라의 대표적 핵융합장치인 KSTAR(Korea Superconducting Tokamak Advanced Research)는 순수 국내 독자기술로 개발한 초전도 토카막방식으로 2008년 최초로 플라스마를 발생시킨 이래로 올해 10주년을 맞았다.

최근 KSTAR는 플라스마의 중심 이온(ion, +전기를 띤 입자)온도를 핵융합반응 온도인 1억℃ 이상에서 1.5초간 유지하는 데 성공했다. 이러한 결과는 초전도 토카막 핵융합장치 중 세계최초이며 핵융합에너지 상용화에 한 발짝 다가선 성과로서 쾌거(快擧)가 아닐 수 없다. 올해엔 10초를 유지할 수 있는 기술개발에 도전한다 하니 우리 모두가 염원해볼 일이다.

KSTAR와는 별도로 우리나라는 국제핵융합실험로(ITER)사업에 EU 등 선진 7개국과 공동으로 참여하여 중추적인 역할을 수행하고 있으며 2050년 핵융합 상용화를 위한 데모버전 출시를 위해 불철주야(不撤晝夜)로 노력 중이다. 핵융합 상용화를 위한 로드맵은 멀고도 험난하다. 1억℃ 이상의 고밀도 플라스마를 장시간 유지할 수 있는 운전기술을 포함하여 핵융합에너지를 전기에너지로 변환시킬 수 있는 핵심기술 등 수많은 난제가 쌓여있다.

김종욱.jpg
우리나라는 에너지자원 빈국(貧國)이다. 해마다 수입하는 원유의 비용도 막대하지만, 유가(油價)변동에 자유롭지 못한 국내경제를 고려할 때 안전하고 친환경적인 에너지를 생산할 수 있는 핵융합장치에 대한 역량확보는 우리나라를 단숨에 에너지 빈국에서 부국으로 전환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인류역사를 되짚어 보면 찬란한 인류문명은 끊임없는 도전과 응전의 결과였다. 비록 갈 길은 멀고 험난하지만 '천리 길도 한 걸음부터'라는 속담이 있듯이 2050년! 형설지공(螢雪之功)의 노력으로 전 세계에 우뚝 선 강건한 에너지강국, 대한민국을 꿈꿔본다.

기사제보
저작권자 © 경남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