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화 낮은 단계라도 100% 활용 가능하면 성공"
데이터 중요성 일찌감치 인식, 부서별 스마트공정 차등 도입
'단계별 완벽한 시스템' 목표, 수주 증대→고용확대 선순환

경남지역은 현재 500여 제조 중소기업이 스마트공장 전환에 발 들이고 있다. <경남도민일보>는 이들 중소기업이 스마트화 과정에서 어떤 어려움을 겪었는지, 스마트화 이후 구체적으로 어떤 효과를 얻고 있는지, 그리고 이 같은 경험을 토대로 개선해나가야 할 점은 무엇인지 등을 생생한 기업 현장 사례를 통해 살펴보고자 한다.

태림산업㈜(대표이사 오승한·창원시 성산구)은 자동차 조향장치 부품을 설계·생산하는 업체다. 수출이 전체 매출의 90% 이상을 차지한다. 태림산업은 5년여 전, 자신들만의 분명한 목표를 설정해 두고 스마트공장 도입에 들어갔다.

▲ 창원시 성산구 태림산업㈜ 오경진 부사장이 스마트 공정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김구연 기자 sajin@idomin.com

◇'확고한 철학' = 태림산업은 수출 기업이다. 국외 고객 요구는 자연스레 스마트공장으로 연결됐다. 오경진(39) 부사장은 이렇게 설명했다. "글로벌 고객들은 갈수록 데이터를 요구했습니다. 구체적인 데이터·수치를 통해 제품·기업을 평가하는 거죠. 독일 업체 같은 경우 '이 업체가 얼마나 스마트화돼 있는지'를 점수로 평가합니다. 실제 계약 여부에 적용합니다. 그리고 경영 환경이 갈수록 녹록하지 않아, 의사 결정을 짧고 빨리해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기초 데이터를 신뢰성 있게 할 수밖에 없는 거죠."

고객 요구는 이해됐지만, 데이터와 의사결정? 이것들과 스마트공장? 퍼뜩 와닿지 않았다. 오 부사장은 사진을 하나 꺼내 보였다. 직원들이 스마트시스템에 나타난 구체화한 정보·수치를 보며 토론하는 장면이다. "이 모습이 태림산업 스마트공장을 단적으로 보여준다고 생각합니다. 저희가 생각하는 스마트공장은 '더 나은 데이터를 활용해 의사결정을 명확히 할 수 있다'로 요약할 수 있습니다."

즉, 태림산업은 정보·데이터를 스마트공장 중심축으로 삼고 있다. 그리고 이 데이터를 아날로그 정보-디지털 정보-빅데이터-인공지능 단계로 나눠 접근하고 있다. 조금 더 풀어서 설명하면, 태림산업은 우선 '기초 데이터 100% 완벽한 수집'을 목표로 한다. 이를 '세분화한 데이터'로 가공한다. 이후 '낭비 우선순위 분류'에 이어 '관리 및 낭비 개선'으로 이어가는 식이다.

태림산업은 과거 불량·낭비 원인을 제대로 파악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 기계가 멈춘 데 따른 것인지, 기계가 돌아가는데도 발생한 것인지, 사람이 잘못했기 때문인지 등…. 또한 하나를 파악하려면 전체 공정을 모두 점검해야 했다. 오 부사장은 스마트공장 도입으로 이러한 불확실성을 제거할 수 있었다고 강조한다. "제품 원가는 과거 관리비·불량률 등을 바탕 삼은 경험치로 산정되는 식이었습니다. 이제는 다르죠. 정확한 데이터를 놓고 원가를 정확히 산출할 수 있습니다. 또한 정보가 쌓이면서, 어떤 공정을 제거할지, 제품 가치를 어떻게 높일지 아이디어를 얻기 시작했습니다."

중소기업들은 시대 흐름에 따라 '스마트공장, 스마트공장'을 외치고 있다. 하지만 '구체적으로 어떠한 목적을 위해서'라는 물음에는 자신 있게 답하지 못하기도 한다. 그런 면에서 태림산업은 스마트공장에 대한 자신들만의 개념·목적을 명확히 설정해 놓고 있는 것이다.

▲ 태림산업 직원들이 창원공장 내 스마트 시스템에서 구체화된 정보·데이터를 보며 제품 품질 향상을 위한 즉석 토론을 하고 있다. /태림산업

◇'선택과 집중' = 현재 태림산업 스마트공장 수준은 어느 정도일까? 스마트공장 단계는 일반적으로 '기초-중간1-중간2-고도화'로 분류된다. 태림산업은 이 대목에서도 자신들만의 명확한 목표를 설정해 두고 있다. 이른바 '선택과 집중'이다.

태림산업은 창원공장에 생산 1∼3과를 두고 있는데, 스마트공장 도입에도 차별화 전략을 쓰고 있다. 즉 '생산 1과-도입 포기' '생산 2과-완벽한 기초 단계 목표' '생산 3과-완벽한 중간 2단계 목표'다.

태림산업은 우선 '생산 1과'에 대해 고전적 공정을 택하며 스마트공장을 적용하지 않기로 했다. 이유는 △기존 공정 복잡성 △기초 수준 달성하더라도 중간 단계 연결 비용 부담 등 때문이다. '생산 2과'에 대해서는 데이터 관리 필요성 등에 따라 기초 단계만 완벽히 구축하기로 했다. 마지막으로 '생산 3과'에 대해서는 △제품 기술적 목표 △고객 수요 △향후 예상되는 가치 창출 가능성 등을 고려, 중간 2단계까지로 설정했다.

태림산업 스마트공장은 '생산 3과'에 무게를 두고 있다. '생산 3과' 스마트 시스템 구축에 들어간 비용은 10억 원대에 이르는데, 모두 자부담이었다. 미래를 위한 투자였던 셈이다.

그 효과는 곧바로 현실화하고 있다. '생산 3과' 스마트시스템은 2015년 도입 이후 올해 본격적인 생산으로 이어졌다. 그런데 '생산 3과'에서만 지난해 2900억 원어치를 수주했다. 이는 기존대로라면 10년 치 물량에 해당한다. 이러한 주문 확보는 고용 증대로 이어지고 있다. 태림산업은 창원공장에 100명 조금 넘는 직원을 두고 있는데, 올해 40명, 내년 30명가량을 추가로 고용할 예정이다.

즉, 태림산업은 스마트공장 도입-체계적 정보 수집-기술 혁신-수주 증가-고용 증가라는 선순환을 이어가고 있다. 이상직 중소기업진흥공단 이사장은 지난달 태림산업을 찾아 "생산 효율화가 일자리 창출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의 대표적인 사례"라며 "정책자금 지원과 후속 연계지원 등 중소벤처기업의 혁신성장을 적극적으로 돕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오 부사장은 앞으로 스마트공장 목표에 대해서도 자신들만의 답을 내놓았다. "보통 그렇게들 질문합니다. '공장 전체 스마트화가 얼마나 됐나'라고 말이죠. 저희는 이런 철학으로 접근합니다. '(단계별로) 100% 스마트화된 부분이 전체 공장의 몇 퍼센트인지, 이것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몇 퍼센트인지'입니다. 저희 생산 3과가 중간 2단계에 초점을 맞추면서도, '완벽한'이라는 전제를 두는 것은 이 때문입니다. 고도화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낮은 단계라도 100% 완벽히 하자는 거죠."

오 부사장은 정부·지자체를 향해서는 이런 바람을 드러냈다. 이제 막 스마트공장에 눈 돌린 중소기업을 위한 얘기이기도 하다. "중소기업들이 좀 더 쉽게 따라갈 수 있는 모델이 있었으면 합니다. 예를 들어 업종별 모델, 혹은 저희같이 소품종 대량생산업체를 위한 모델 같은 것들이죠. 정부도 관련 고민을 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결국 관이 이러한 역할·지원을 좀 더 적극적으로 해주길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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