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동서 뜨겁게 울린 만세 함성 그대로
지역 애국지사 한 명씩 호명
'하동독립선언서'낭독 뭉클
관광객 수백 명 만세 행진도
"박치화! 정낙영! 정인영! 이성우! 이범호! 박종원!"
사뭇 감동적이었다. 지난 1일 오후 2시 40분께 하동 악양면 평사리 최참판댁 앞마당에서 하늘 높이 목청껏 외쳐진 이름들.
"이병홍! 정희근! 김응탁! 이보순! 황학성! 김두순!"
이들은 지난 1919년 3월 18일 하동에서 대한독립선언서를 작성하고 사람들에게 나눠준 애국지사들이다.
공휴일이라 안 그래도 사람이 많긴 했지만, 1부 공연이 열리는 매표소 지나 첫 삼거리에서부터 이미 600~700여 명이 공연을 함께 하고 이어 벌어진 만세 행진에 참여했다.
"100년 전 그날 뜨겁게 울리던 만세 소리가 하동 평사리에 다시 울려 퍼지도록 목청껏 외쳐 주시기 바랍니다!"
이날 공연의 하이라이트는 단연 독립선언서 낭독이었다. 1919년 3월 민족대표 33인이 만든 기미독립선언서가 아니었다. 당시 하동 애국지사들이 직접 만든 하동독립선언서였다.
이날 낭독된 것은 요즘 사람들이 알기 쉽게 고쳐 쓴 것이다. 큰들 배우와 지역민 등 5명이 돌아가면서 선언서를 읽어 내려갔다.
"하늘이 주시고 신령이 도우시어 세계 평화의 회의가 열림에 즈음하여, 민족 자결의 여론이 함께 일어나니, 이제 좋은 시운이 왔도다. 울부짖노라, 십여 년 세월을 남의 쇠사슬에 묶여, 아픔을 참고 신음하던 우리 대한 동포여!"
이 독립선언서는 작성자 중 박치화 선생이 살던 하동군 적량면 동산리 고택 처마 밑에서 우연히 발견되어 세상에 알려졌다. 서울이 아닌 지역에서 자력으로 만든 독립선언서로 그 의미가 남다르다고 하겠다.
공연이 끝나고 관광객들에 뒤섞여 돌아 나오는데 문득 매화가 활짝 핀 게 보였다. 그러고 보니 산등성이마다 매화가 하얗다. 100년 전 만세 운동을 벌이던 3월에도 이렇게 매화가 피었을 테다. 매화와 함께 핏빛 설움 피어 터져 나와 온 땅에 흐드러졌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