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 혹은 '할매' 하면 뭐가 떠오르는가. 억척스럽게 삶을 꾸려온 아내이자 어머니, 굴곡진 근현대사에서 기록되지 못했던 여성, 지금은 자식들 떠나보낸 집에서 홀로 밥을 먹는 노인….

요즘 '할머니의 전성시대'라고 말할 정도로 여러 매체에서 이들을 주목하고 있다. 까막눈이었던 그녀들이 한글을 배우고서 자신을 말하기 시작한 것이다.

창원 씨네아트 리좀에서 관련 영화 <시인 할매>, <칠곡 가시나들>을 볼 수 있고 최근 통영 남해의 봄날이 할머니 20명이 쓴 글과 그림을 엮은 책 <우리가 글을 몰랐지 인생을 몰랐나>를 펴냈다.

이들은 같은 점이 많다. 얼굴도 모르는 낯선 남자와 갑자기 결혼했고 아들을 낳지 못해 서럽게 살았다.

이런 삶을 산 그녀들을 두고 '전성시대'라고 말하기가 송구하다. 또 그저 문화적으로 소비만 되지 않을까 염려스럽다.

오늘(4일) 출근길은 꽃 천지였다. 초등학교에 갓 입학하는 아이의 손을 잡은 어머니 얼굴도 꽃 같았다. 또 오늘은 그녀들의 입학식이기도 할 것이다. '2019년 학력인정 성인문해교육 프로그램'이 새 학기 맞춰 시작한다.

누구의 손도 잡지 못한 채 낯선 교실로 향하는 이들의 마음은 어떨까.

글을 배운 할머니들이 시를 쓰고 김용택 시인이 엮은 책 <엄마의 꽃시>의 첫 번째 시를 소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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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문해학교 입학하는 날/엄마 생각이 많이 났어요//장하다 우리 딸! 학교를 가다니/하늘나라 계신 엄마 오늘도 많이 울었을 낀데(중략)//언젠가 하늘나라 입학하는 날/내가 쓴 일기장 펴놓고/동화책보다 재미있게 읽어드릴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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