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조선소 러시아 진출, 경남 조선업 희망 될 것"

경남 중소조선사 최초로 러시아 시장에 뛰어든 ㈜HK 박흥갑(58) 대표는 "애초 사업 부진의 돌파구를 찾기 위해 러시아로 눈을 돌렸지만, 기업의 사회적 가치에 대한 고민을 많이 하고 있다. 이번 러시아 진출은 개인뿐 아니라 후대의 미래 먹을거리가 달린 중차대한 문제다. 실의에 빠진 도내 조선 기자재 납품업체와 미래 세대에 희망을 던져주고 싶다"고 말했다.

러시아 베르쿠트 그룹과 합작법인을 설립해서 한국-러시아 조선기술 협력사업에 도전장을 내민 박 대표와 이번 사업의 의미와 도전에 대한 솔직한 이야기를 나눴다.

▲ ㈜HK 박흥갑(가운데) 대표가 지난달 26일 러시아 현지에서 선주사 관계자들과 어선 건조의향서를 체결하고 있다. /주찬우 기자

-먼저 HK에 대해 소개해 달라.

"HK는 사천과 창원에 각각 회사를 두고 있다. 사천에는 방위사업청 수상함, 유람선, 어선, 어업지도선을 주로 건조하는 한국(HK)조선소가 있고, 창원의 HK는 한-러 사업을 위한 새로운 회사 법인이다."

-회사 규모는?

"2005년 동진조선소로 출발해 지역에서 어업지도선, 전투지원정 등 주로 관급선 위주로 수주 활동을 했다. 2017년에는 해경 잠수지원함, 어업지도선 3척, 수산과학조사선 등 총 5척 선박을 건조했고, 매출액은 400억 원을 웃돌았다."

-러시아 시장에 관심을 보이게 된 계기는?

"조선 경기가 악화하면서 입찰 환경이 안 좋아졌다. 소형조선소의 주요 일감이던 관급선 입찰에 중형조선소가 가세하면서 1년에 1건 수주도 어려울 지경으로 내몰렸다. 돌파구가 필요한 시점에 우연히 러시아와 협력사업을 준비 중이던 ㈔극동미래경제포럼을 알게 됐다."

-극동미래경제포럼의 어떤 제안이 이끌렸나?

"포럼 관계자를 만나면서 이들이 추구하는 사업 내용이 한 기업의 국외시장 개척 수준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됐다. 러시아 정부의 극동개발 정책과 한국 중소조선기업의 만남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었고, 수주절벽에 놓인 도내 중소조선기업에 새로운 돌파구가 될 수 있다는 점에 끌렸다."

-사업 진출을 선언한 지 불과 5개월 만에 합작법인 설립을 위한 양해각서를 체결하는 성과를 냈다.

"지난해 9월 처음으로 러시아를 찾았다. 블라디보스토크에서 베르쿠트그룹 관계자와 만나 러시아 정부에서 추진 중인 어선 현대화 사업 이야기를 듣고, 사업성이 충분하다고 판단해 귀국해 곧바로 SPC(특수목적회사) HK를 설립했다."

-합작법인 설립이 가시화했는데, 어떤 의미인가?

"러시아 시장은 첫 진출이 어렵다고 한다. 상대를 쉽게 믿지 못하지만 한 번 맺은 인연은 평생을 가는 게 러시아인의 특징이다. 이번 합작법인 설립을 위한 양해각서 체결을 두고도 수차례에 걸친 밀당(밀고 당기기)이 오갔다. 이번 MOU는 HK를 러시아에서 공식 사업 파트너로 인정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

-아직 법인 설립 이전이지만, 수주 계약이 쇄도하고 있다.

"나 역시 어리둥절하다. 러시아 정부의 강력한 극동개발 정책 추진과 한국의 수준 높은 조선산업 기술력이 시너지 효과를 거둘 것이라는 기대감이 큰 것 같다. 현지 조선사들과 납기 및 선가 협상을 진행했으며 일부는 건조의향서(LOI·Letter of Intent)도 체결했다. LOI는 선박의 구체적인 스펙을 확정하는 것이며, 정식 계약은 아니지만 20척, 4000억 원 규모다."

-정식으로 법인이 설립되면 어떤 사업을 진행하나?

"합작법인이 설립되면 선주사와 선박 건조를 위한 세부사항을 협의 진행하고서 이른 시일 안에 선박 수주를 위한 본계약을 체결할 방침이다. 본격적인 선박 건조는 본계약이 체결된 이후 진행된다. 이후 국내에서 70% 공정을 소화해야 한다. 러시아 선적에 필요한 70%가량을 국내에서 생산한다는 의미다. 어선 건조와 함께 수리조선 분야 진출도 목표다."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은?

"이번 합작사업은 러시아 진출을 노리는 국내 중소조선업계에 잣대가 될 것이라 모든 것이 부담스럽다. 한편으로 러시아 현지 사업에 대한 노하우가 없어 많은 어려움도 느낀다. 준비과정에서도 법률 검토를 위한 러시아 전문변호사를 구하는 데 애를 먹었다. 행정적인 지원이 절실하다. 아무쪼록 이번 사업이 한국과 러시아 양국에 도움이 되었으면 한다. 최선을 다해 준비해나가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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