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압박·여론 악화에 백기
도내 사립 오늘부터 정상운영
에듀파인 대상 73곳 모두 신청

한국유치원총연합회(한유총)가 하루 만에 개학 연기 집단행동을 철회하고 5일부터 유치원을 정상 운영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학부모들 항의 등 여론 악화에 따른 결정으로 풀이된다.

한유총은 4일 오후 이덕선 이사장 명의로 '개학 연기투쟁 철회 보도문'을 냈다. 한유총은 "'개학연기' 사태로 국민들께 심려를 끼쳐 진심으로 사과한다. 특히, 사립유치원에 유아를 맡겨주신 학부모께 고개 숙여 사과한다"며 개학 연기를 조건 없이 철회한다고 밝혔다.

정부는 지난해 사립유치원 비리로 국민적 공분이 들끓자 사립유치원 공공성 강화를 위한 법률 개정과 회계 투명성 확보를 위해 3월부터 국가관리회계시스템(에듀파인) 도입을 추진해왔다. 이를 둘러싸고 사립유치원과 정부는 대립해왔다.

한유총은 대규모 집회에 이어 개학연기 집단행동에 나섰으나 결국 물러섰다. 이와 관련, 한유총은 "정부가 문제해결을 위한 대화보다는 오히려 이를 불법이라고 여론몰이하고, 경찰관, 시청 공무원, 교육청 공무원이 3인 1조로 개학 연기에 참여한 유치원을 압박했다"고 했다.

▲ 유치원 개학일인 4일 오전 한국유치원총연합회가 개학 연기를 고수하는 가운데 정상적으로 개학을 한 창원시 마산합포구 한 사립유치원 앞에서 원생들이 교사의 도움을 받아 버스에서 내리고 있다. /박일호 기자 iris15@idomin.com

앞서 정부는 사전에 유치원 운영위원회 자문 절차를 거치지 않고, 긴급한 사유 없이 개학일을 연기한 것은 유아교육법 위반이라며 고발 등 제재 방침을 강조해왔다. 또한 개학 연기를 철회하지 않으면 특별 감사, 재정지원 중단, 학부모 부담금 반환 등 강력한 조치를 하겠다고 밝혔다. 서울시교육청은 '개학 연기 투쟁'을 주도한 한유총 설립허가 취소를 결정하기도 했다.

한유총은 "사회적 비난과 과도한 처벌 목적의 유치원 3법과 시행령 개정안을 그대로 수용하면 사립유치원의 자율성과 생존이 불가능하다고 봤다. 그래서 우리는 국민에게 직접 호소하고자 정당한 준법투쟁인 개학 연기투쟁을 통해 교육부와 진정성 있는 대화를 촉구한 것"이라며 개학 연기를 했던 이유를 설명했지만 공감을 얻지 못했다.

이날 경남지역 사립유치원 258곳 중 73곳(28.2%)이 개학 연기를 했다. 지역별로 창원 41곳, 김해 25곳, 진주 4곳, 함안 3곳이다. 교육부는 전국 사립유치원 3875곳 중 239곳이 개학을 연기했다고 집계했다. 이 중 경남이 전국에서 가장 많았다.

개학을 연기한 도내 사립유치원은 자체 돌봄을 했지만 차량을 운행하지 않아 학부모들이 불편을 겪었다. 도교육청에 아이를 돌봐주는 아이돌봄서비스를 신청한 현황은 10가정에 12명이다. 공립유치원에 돌봄을 신청한 유아 수는 김해 4명, 양산 1명 등 5명으로 집계됐다.

창원에 사는 박정숙(38) 씨는 "4일 개학을 연기한다는 유치원 문자를 3일 오후에 받았다. 유치원 자체 돌봄을 해준다고 해서 보내긴 했다. 하지만, 직장에 다녀야 해서 등·하원 차량도 운행하지 않아 주변에 도움을 요청했었다"고 했다. 일부 유치원은 학부모들의 항의가 빗발치자 이날 정상 운영을 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도내 의무 도입 대상(원아 수 200명 이상) 사립유치원 73곳 모두 국가관리회계시스템 에듀파인을 쓰겠다고 신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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