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력·경쟁에 억눌려 불신·폭력 팽배
참된 가치 찾으려는 '지성'포기 말자

'쪼그라지다'라는 말이 있다. 위에서 억누르고 옆에서 욱여넣어서 크기가 작아진 것을 이르는 말이다. 위에서 그대를 억누르는 것은 여러가지다. 신분·계층·지위·권력·재력·학벌·집안·성별·나이·출신성분 등이다. 옆에서 욱여 밀어 넣는 것은 경쟁체제와 권력의 힘 등이다.

그대는 지금 많은 것들의 억누름으로 아프고 시달리며 분노하고 저주하는 생존자다. 동시에 옆에서 욱여넣는 강한 충격으로 키는 작아지고 몸은 얇아지고 있다. 심장·폐·위·간·대장들이 쪼그라들어서 음식 먹기도 어렵고 어렵사리 먹은 것도 토하거나 소화가 안 된 채 설사를 한다. 그대는 민주공화국 대한민국의 국민이고 대한민국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국가 중에서 신뢰도가 가장 낮은 나라로 분류되었다. 현대 국가가 가장 경계하는 것이 불신·증오·두려움·불안의 시대가 되는 것이다. 불신의 대상이 된다는 것은 양심의 소리와 참된 가치에 대한 질문이 권력과 돈에 의해 왜곡되고 무시된다는 사실이다. 인간은 누구나 이상을 품고 산다. 이를 위해서는 양심이 가리키는 방향과 참된 가치가 무엇인지에 대한 질문에 성실하게 대답해주는 지성이 필요하다.

지성은 인간 개개인의 삶이 우주가 준 선물임을 깨닫고 믿어 공존의 진리를 실천하는 힘이다. 그대의 지혜와 능력이 오롯이 자신의 노력과 계획의 결과가 아니며, 그대의 소유도 아니라서 그대가 원하는 대로 쓸 수 있는 것도 아닌 이유는 그대의 삶이 우주가 준 선물이기 때문임을 조곤조곤 설명하고 이해시켜주는 배려가 지성이다. 그런 지성이 살 수 없는 사회는 극단적 이기주의를 권력화하고 정치 권력에 접속시켜 패거리 권력으로 변질시켜 한 국가를 재미 삼아 지배하게 된다. 이때 이념의 존재는 곧 불신의 씨앗이 된다. 사회적 불신은 집단 증오로 변질된다. 개인에서 한 가족으로, 점점 복잡한 관계망을 가진 집단 속으로 증오의 박테리아가 확산한다. 남자와 여자의 관계, 상급자와 하급자, 가진 자와 가난한 자, 어른과 젊은이, 스승과 제자, 여당과 야당이 증오의 회오리에 휩싸여 싸운다. 특히 정치 방법이 증오의 불길을 확산시키는 원인을 만들고 있다. 적폐청산 방법이 증오감을 키우는 듯한 것은 매우 불쾌하고 걱정스럽다. 그대가 쪼그라들고 있는 것은 증오 다음 단계인 두려움의 쓰나미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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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노는 지혜를 불태워버리는 어리석음으로 매몰되는 전 단계다. 분노가 커질수록 지혜가 줄어들기 때문에 비이성적으로 변하는데, 이때 내지르는 것이 폭력이다. 폭력을 의사 표현으로 여기기 때문에 약자가 당하는 고통이 눈에 안 보이게 된다. 많이 배운 것이 남을 괴롭히는 수단이 되고 많이 소유한 것이 폭력의 연료로 변질되는 단계가 곧 폭력과 공포의 중간이다. 그다음이 불안의 시대인데, 그대 앞에 곧 다가올 테지. 그대여, 그래도 다시 한 번 믿어보자. 우리 안에 사는 양심의 소리에 귀 기울이고 참된 가치에 대한 질문에 진지하게 대답해주는 지성을 찾는 노력을 그치지 않기를 다짐하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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