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금융 기관인 산업은행이 대우조선해양을 하루아침에 현대중공업에 팔아 치우려 들자 거제는 벌집을 쑤셔 놓은 것 같다. 금속노조 대우조선지회는 매각에 반대하며 생존권 사수에 나섰다. 시민·사회단체 등을 중심으로 지역사회도 들불 번지듯 들고일어났다. 여기저기서 아우성친다. '밀실 야합'이자 '특혜 매각'이라며 사실상 산업은행 뒷배인 정부를 성토하는 데도 주저함이 없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해 1월 3일 대우조선해양을 찾아 방명록에 다음과 같이 썼다. '일어서라 한국 조선! 해양 강국 대한민국!' 이처럼 간절한 바람이 담긴 문 대통령의 응원 메시지는 고작 1년여 만에 '입에 꿀을 바른 말'이 됐다. 적어도 대우조선해양 구성원에겐 그렇다. 아마 25만 명 거제시민에게도 마찬가지일 테다. 현대중공업은 높이 뜨고 대우조선해양은 아예 지게 생겼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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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럴 땐 평소 '힘 있는 집권 여당' 간판도 별 소용없어 보인다. 변광용 거제시장은 최근 자신이 주재한 대우조선해양 매각 관련 간담회에서 "시장으로서 대우조선 매각 문제를 절대 피할 생각이 없다. 당당하게 정부든 산업은행이든 시민 요구가 반영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임하겠다"면서도 "거제시가 전면에 나서 매각 철회하라, 매각 반대한다고는 할 수 없다"고 선을 그었다. 시장이기 전에 정당인이기에 때로는 정부를 감싸거나 여당을 두둔할 수도 있다. 하지만, 그는 지난해 지방선거에서 뽑힌 민선(民選) 시장이다. 당(더불어민주당)이 뽑은 당선(黨選) 시장이 아니다. 정치는 타이밍이다. 뒤늦게 변 시장은 4일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공식 견해를 밝히기로 했다. 참 오래도 걸렸다. 시장이 살펴야 할 건 정부·여당 눈치가 아니라 오직 시민 민심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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