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미국 트럼프 대통령 사이의 2월 27~28일 하노이 정상회담이 합의 무산으로 끝났다. 미국은 북한이 핵시설 부분 폐기 대가로 유엔제재 전면 해제를 요구한 것이 결렬 원인이라고 주장한다. 제재 해제 전에 대륙간탄도탄 등 위협요소가 확실히 제거돼야 한다는 것이다. 반면 북한은 영변 핵시설 전면 폐기를 내놓는 대가로 유엔 제재 중 민수경제와 인민생활에 지장을 주는 항목의 일부 해제를 요구했다고 반박한다.

북미 양쪽은 회담 이전 실무팀 협상을 통해 합의해야 했음에도 이견 해결을 양 정상 간의 협상에 맡기고 회담을 강행한 것으로 드러났다. 트럼프 대통령 자신도 인정했듯이 양쪽 모두 준비가 부족했던 셈이다.

그러나 이번 정상회담을 통해 서로에 대한 이해를 높인 것이니 다음 회담을 통해 합의에 도달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앞으로 문재인 대통령의 중재자 역할이 더욱 중요해질 것이다.

유엔제재는 기본적으로 북한의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의 위협에 대응해 단계적으로 수위를 높인 것이다. 따라서 순서상 북한이 핵을 먼저 포기해야 제재를 해제할 수 있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비핵화의 단계적 이행과 제재의 단계적 해제를 교환하는 것은 쉽지 않다. 민수경제를 이유로 경제 제재를 해제하면 북한의 핵무기 보유를 용인한 채 제재를 해제했다는 비판을 받을 수 있다.

핵무기 개발은 미국의 이라크 침공 등을 본 북한이 군사적 위협으로부터 자신을 지키려는 의도에서 비롯되었다. 그런데 핵무기와 대륙간탄도탄을 보유하게 되자 세계 모든 국가로부터 집중적 경제 제재를 당했고, 이제 더는 견디기 어려운 상황에 이르렀다.

미국이 북한체제 붕괴 시도를 하지 않을 것이라고 확약한 터이니 북한도 절박한 경제 도약을 위해서는 비핵화에 대해 조금씩 내놓는 식보다는 대담하게 다 던져버리는 결단이 필요하다. 북한은 전면 비핵화를 위한 시간계획이 들어간 이행 프로그램을 제출해야 한다. 이에 상응하여 미국도 유엔제재와 미국 독자 제재 완화계획을 내놓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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