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혁명 100주년을 맞아 일제 잔재를 청산하자는 목소리가 광범위하게 힘을 얻고 있는 현재, 교육계에 서린 친일의 찌꺼기를 일소하는 것이 중요한 과제로 떠올랐다. 우리 사회 곳곳의 영역에서 친일 청산이 과제이지만 교육계는 특히 심각하다.

친일 잔재는 학교를 상징하는 교가의 작사자나 작곡가들 중에 일제에 부역한 인사들이 적지 않다는 데서 단적으로 드러난다. 경남 지역만 해도 창원대 교가의 경우 친일 작곡가 조두남의 곡에 친독재 성향의 이은상이 작사했다. 이은상은 도내 학교 교가만 해도 10여 개 이상을 작사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흥렬, 김동진 등 일제의 징병제를 찬양하는 데 부역한 음악인들도 경남 지역 각급 학교의 교가를 지은 것으로 드러났다.

교가는 학교의 건학 이념을 대표하는 상징성이 있는 만큼 친일 전력의 인사들이 관여한 것으로 드러난 교가에 대해서는 교체하도록 요구하는 목소리가 필요하다.

교육계의 친일 잔재는 '유치원', '교장', '교감', '훈화', '차렷', '경례', '조회대', '구령대' 등 사뭇 권위적인 학교 용어들에 숱하게 남아있다. '사물함'이나 '수·우·미·양·가' 등 우리가 미처 생각하지 못한 용어들도 일제강점기에 이식된 것들이다. 심지어 학교 이름에 방위를 나타내는 '동·서·남·북'이나 서열이나 우열을 나타내는 '중앙', '제일' 등을 즐겨 넣는 방식도 일제가 행정 통치의 편의를 위해 지은 관행에서 비롯되었다고 한다. 이 때문에 경기도교육청은 2016년 학교이름 바꾸기 운동을 추진했지만 뚜렷한 성과를 거두지는 못했다고 한다. 교명을 바꾸는 데 대한 동창회의 반발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 몸에 한 번 체화된 일제 잔재의 여진은 제때 청산될 기회를 잃으면 얼마나 큰 위력을 발휘하는지 알 수 있다.

교육계에서 일제 잔재의 청산은 1990년대에 '국민학교'를 '초등학교'로 바꾼 것이 사실상 전부일 정도로 해결이 어려운 과제이다. 특히 시간이 지날수록 식민 역사를 극복하는 것은 이해관계 집단이나 관행에 익숙한 사람들의 반발 때문에 쉽지 않다.

도교육청과 교육계가 분발하여 친일 잔재 해결이 가능하다는 것을 교육에서 입증되도록 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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