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양성화 검토 제안

늘어나는 불법체류자 문제를 단속만으로 해결하기보다는 현실을 반영한 정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지난달 25일 오후 김해시 한림면 한 공장에서 일하던 필리핀 불법체류자가 법무부 단속을 피하다 뇌진탕 증세로 의식을 잃고 병원 치료를 받고 있다. 앞서 지난해 8월에는 미얀마 출신 이주노동자가 경기도 김포시 한 공사현장 간이식당에서 법무부 출입국·외국인청 직원을 피해 달아나다 7.5m 공사장 아래로 떨어지는 사고로 숨지기도 했다.

이처럼 법무부 불법체류자 단속에 이주노동자들이 다치거나 사망하는 사고는 끊이지 않고 있다. 법무부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으로 불법체류자는 35만 5126명이다. 2017년 말 불법체류자가 25만여 명이었던 점을 고려하면 1년 사이 10만 명이나 늘었다.

인권단체는 단속보다 불법체류자를 줄일 수 있는 현실적 정책 마련을 요구하고 있다. 특히 미등록 상태에서 국내에서 이주민들이 일을 하는 것은 노동시장의 부족한 인력 탓이다. 고용주들은 싼 임금에 이주노동자들을 고용할 수 있으니 불법체류자인 것을 알면서도 고용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이철승 경남이주민센터 소장은 "불법체류자를 행정적 수단으로 제재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전국 외국인보호소 수용인원은 최대 1만 2000명이다. 퇴거하는 데 2주 정도 걸린다고 볼 때 한 달 2만 4000명이 최대치다. 35만 명이 넘는 불법체류자를 1년 내내 단속해도 근절은 불가능하다"며 "양성화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고 했다.

노무현 정부 당시 펼쳤던 정책을 검토하자는 의견도 있다. 이 소장은 "당시 불법체류자를 고용한 업주가 일정기간 노동계약을 하겠다고 신고하면 허용하게 해 준 적이 있다. 고용주가 일정기간을 채운 뒤 불법체류자를 합법적으로 내보내겠다고 신고하면 체류기간을 합법적으로 늘려줬다"며 "단속보다는 훨씬 안정적인 방법"이라고 말했다.

법무부는 지난 18일부터 3월 말까지 '특별 자진 출국기간'을 운영하고 있다. 이에 대해 이 소장은 "자진신고하면 입국할 수 있도록 규제를 풀어주겠다고 하지만 비자문제가 걸린다. 불법체류 경험이 있는 사람은 비자를 받기 힘들다. 당연히 자진신고도 하지 않게 된다"며 "이주노동자들을 합법화하기 위한 제도인 '고용허가제'가 지나치게 엄격한 방향으로 흐르고 있고, 합법적으로 국내에 들어온 노동자들도 쉽게 미등록 상태에 놓이게 된다"고 했다.

기사제보
저작권자 © 경남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