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중 인수 땐 일감 감소 우려
기자재·협력업체 경영난 가중
대규모 구조조정·실직 불가피

현대중공업의 대우조선해양(이하 대우조선) 인수를 두고 지역경제 악화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특히 이번 인수로 상당한 타격을 입을 것으로 보이는 대우조선 협력업체의 불안감이 짙다. 현대중공업에 매각되면 일감 확보가 어려워져 경영난이 가중될 수 있기 때문이다.

업계에 따르면, 대우조선 사내협력사는 117개이며 1만 7000명이 일하고 있다. 대우조선이 생산하는 물량의 80%는 사내협력사가 담당한다.

엔진, 블록 등 선박 부품을 생산해 대우조선에 납품하는 기자재 업체는 거제, 창원, 김해, 고성 등 경남 전역에 290여 개가 있다. 부산·경남 등에 있는 사내·외 협력업체는 1200여 개로 추정된다. 여기에 2·3차 협력업체까지 더하면 숫자는 더 늘어난다.

대우조선은 경남 도내 업체가 생산한 부품·기자재를 납품받아 배를 건조한다. 반면 현대중공업은 기자재 대부분을 자회사에서 충당하고 있다. 현대삼호중공업, 현대미포조선 등 자체 생산시설이 많은 현대중공업은 엔진 등 핵심 기자재를 자회사에서 생산하고 있다.

이에 대우조선에 기자재를 납품하는 협력업체들 불안감은 날로 고조되고 있다. 특히 거제 지역 대우조선 협력업체들 위기감은 더 크다.

현대중공업에 대우조선이 매각되면 수주물량이 현대중공업 자회사와 울산 쪽 기존 협력업체에 우선 배정될 수 있기 때문이다.

▲ 현대중공업의 대우조선해양 인수를 두고 기자재를 납품하는 지역 협력업체들의 불안감이 고조되고 있다. 사진은 대우조선해양 한 협력사 모습. /박일호 기자 iris15@idomin.com

조문석 대우조선 협력사협의회장은 "대우조선이 현대중공업에 매각되면 수주 물량 대부분이 비어 있는 현대중공업 야드로 우선 배정될 것"이라며 "물량 부족으로 일자리를 잃을까 고용불안을 느끼는 직원들이 많다. 도내 협력사 기자재 업체 물량과 납품단가가 낮아지게 될 것에 대한 대책, 고용을 보장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 협력사와 납품기업들은 거래가 끊기지 않더라도 물량 감소, 단가 후려치기와 같은 독점기업 갑질에 대한 우려도 걱정해야 할 처지다.

이러한 불안 요소 탓에 일부 납품업체는 주가가 떨어지기도 했다. 최근 창원산단 내 선박엔진 제조업체인 HSD엔진(옛 두산엔진)의 주가는 큰 폭으로 하락했다. HSD엔진은 대우조선 건조 선박에 들어가는 엔진 상당수를 납품한다. 주가 하락은, 현대중공업이 대우조선해양을 인수하면 회사 내에 엔진 사업부를 둔 현대중공업으로 수주 물량이 넘어가 엔진 외부 발주가 줄어들 것이란 우려감이 반영된 것이다.

수직적 산업구조 탓에 1차 기자재 업체 위기는 2·3차 협력사까지 이어질 수밖에 없다.

더불어 지역 조선업계 붕괴는 일자리 감소와도 직결된다. 동종사인 현대중공업의 인수·합병은 양사의 업무기능 중복에 따른 인력 구조조정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또 물량 감소에 따른 기자재업체와 그 협력사 직원들 생존권까지 위험에 놓이게 된다.

현재 대우조선 전체 노동자 수는 2만 7000명으로 이 중 직영 인력이 9700여 명에 이른다. 나머지 1만 7000여 명은 협력사 직원으로 일하고 있다. 1200여 개 기자재업체·협력사 노동자까지 포함하면 5만 명가량으로 추산된다.

대우조선 노조를 비롯해 HSD엔진과 STX엔진, STX중공업 노조 등 지역 노동계가 매각을 반대하는 이유다.

나아가 지역 조선업계에서는 실직문제와 기자재 업체·협력사 연쇄 붕괴는 경남지역 경제에도 큰 타격이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기자재 납품업체 한 관계자는 "협력업체들은 주 거래처가 현대, 대우, 삼성으로 나뉜다. 현대중공업은 자체적으로 엔진을 생산하고 있다. 대우조선과 삼성중공업은 엔진을 외부에서 공급받는다. 대우조선이 매각되면 그런 것에 대한 영업이 어려울 것이라고 보는 시각이 많다"며 "1차 협력회사가 부품을 만들어 납품하는 과정에서 직·간접적으로 거래를 하는 2·3차 하청까지 합치면 1200개 규모로 추정된다. 현대중공업이 대우조선을 인수하면 그만큼 지역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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