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협력 장기간 표류 전망
문 대통령 중재 중요성 커져
"신 한반도체제 힘 모아달라"

지난달 28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제2차 북미정상회담이 성과 없이 결렬됨에 따라 문재인 정부가 주력해온 남북관계 역시 앞날이 불투명해졌다.

북한 비핵화의 지체와 강력한 대북 제재로 남북 경제협력 등도 상당 기간 표류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한 가운데 일각에서는 북측이 현 난관 극복을 위해 외려 더 남북관계에 집중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문재인 대통령은 변함없이 긍정적이고 적극적인 태도를 유지했다. 문 대통령은 28일 회담 직후 트럼프 대통령과 통화에서 "정상 차원에서 서로 입장을 직접 확인하고 구체 사항을 협의한 만큼 후속 협의에서 좋은 성과를 기대한다"고 밝힌 데 이어 1일 3·1절 100주년 기념사에서도 지론인 '신한반도체제'와 '한반도 평화경제'를 거듭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기념사에서 "'신한반도체제'는 이념과 진영의 시대를 끝낸 새로운 경제협력공동체"라며 "금강산관광과 개성공단의 재개 방안을 미국과 협의하겠다. 한반도 종단철도가 완성되면 '동아시아 철도공동체' 실현도 앞당기게 될 것"이라고 했다.

문제는 미국 측의 수용 여부와 국내 정치권을 비롯한 국민 여론이다.

금강산관광 재개 등을 위해선 대북제재 일부 면제가 필요하지만 "우리가 원하는 비핵화를 줘야 우리도 제재 해제를 줄 수 있다. 북이 핵무기를 보유하는 한 미래는 없다"고 못 박은 트럼프 대통령이다.

다른 무엇도 아닌 제재 관련 이견으로 정상회담 판 자체를 깬 미국이 북측의 획기적 입장 변화없이 기존 원칙을 뒤집긴 어려워 보인다.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도 회담 후 기자회견에서 "북한은 영변 핵시설에 대해 무엇을 어떻게 할지 완전히 명확하게 제시하지 않으면서 전면적인 제재 해제를 요구했다"고 북측의 협상 태도를 비난했다.

3월 말~4월 초로 거론되던 김정은 위원장 서울 답방도 결국 제재 완화와 경협 성사에 달렸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그간 세 차례에 걸친 남북정상회담에서 군사·평화·교류·협력과 관련한 광범위한 합의를 이미 이룬 만큼 경협 없이는 '알맹이 없는 답방'이 될 게 자명하기 때문이다.

문재인 정부 대북정책에 대한 정치권과 국민 신뢰도 동요가 불가피해졌다.

북측의 비핵화 의지를 끊임없이 의심해온 보수 야권의 목소리가 일단 커질 수밖에 없는 국면이다.

황교안 자유한국당 신임 대표는 28일 회담 결렬 직후 열린 당 북핵외교안보특위 연석회의에서 "우리 정부는 장밋빛 환상만을 이야기했다"며 "그러나 실제 북핵 상황은 얼마나 엄중한지 우리 현실을 명확히 보여준 결과가 나왔다. 국민 기대가 불안으로 바뀐 상황"이라고 했다.

예전 같지 않은 국민 여론도 정부에 부담이다.

2차 북미정상회담 직전인 지난달 12~14일 한국갤럽이 진행한 '북한에 대한 인식' 여론조사에 따르면, 북한이 한반도 비핵화 등 합의 내용을 잘 지킬 것(46%)이라는 응답과 그렇지 않을 것(44%)이라는 예상이 팽팽했다.

지난해 4월 1차 판문점 남북정상회담 직후(58% 대 20%)와 9월 3차 평양 남북회담 중(49% 대 35%) 조사와 비교하면 낙관적 전망이 줄기도 했지만 비관적 견해가 크게 늘었음을 알 수 있다.

정부의 과감한 대북정책 근저에는 문 대통령의 높은 지지율과 한반도 비핵화·평화에 대한 국민적 기대감이 있었던 만큼 지나친 대북 행보는 자칫 역효과를 불러올 수도 있다는 이야기다.

문재인 대통령은 3·1절 기념사에서 "한반도의 항구적 평화는 많은 고비를 넘어야 확고해질 것"이라며 "우리 정부는 미국, 북한과 긴밀히 소통하고 협력해 양국 간 대화의 완전한 타결을 반드시 성사시켜낼 것이다. 국민통합을 바탕으로 '신한반도체제'를 일궈 나가도록 국민 모두 힘을 모아달라"고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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