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기자재업계 삼중고 불보듯" 위기감 팽배
'품질 하락' 거래처 획일화로 품질변화 우려
'갑질 우려' 가격협상서 횡포 극심해질 수도
'고용 감소' 살려면 인력·규모 줄일 수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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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용접 작업을 하고 있는 대우조선해양 노동자들. /대우조선해양

산업은행은 대우조선해양(이하 대우조선) 매각 의지가 확고하다. 조선 기자재업체 등 관련 업계와 지역경제 등 주변 우려는 아랑곳없이 매각에만 치중하는 모습이다. 앞으로 남은 매각 일정과 도내 협력업체들의 절대적 위기감을 몰비춤으로 진단했다.

산업은행 기업구조조정실 관계자는 최근 <경남도민일보>와 통화에서 "현대중공업과는 양해각서(MOU)를 체결한 수준이다. 본계약은 3월 8일로 예정하고 있다. 매각 관련 산업은행 입장은 지난달 말 발표한 보도자료 그 이상도 이하도 없다"고 원론적으로 답했다.

산은은 지난 1월 31일 보도자료에서 "대우조선에 대한 정상화 기반이 마련됨에 따라 조선 산업 재편(빅3→빅2)을 수반하는 방식의 '민간 주인 찾기'에 돌입하기로 했다. 근본적인 경영 정상화를 위해서는 인수·합병을 통한 민영화가 필수적이고, 현대중공업과 산은 보유 대우조선 주식 전부를 현대중공업 앞 현물로 출자하는 등의 내용이 포함된 기본합의서 체결에 합의했다"고 밝혔다. 이어 "대우조선 민영화 절차는 지난 2017년 3월 진행한 기존 산업 경쟁력 강화 관계 장관 회의 승인 내용에 따라 추진하는 건으로 대우조선의 근원적 경쟁력 제고를 위해서는 조선 산업 재편을 통해 현재의 빅3 업체 간 중복 투자 등에 따른 비효율 제거가 수반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산은 관계자는 8일 본계약 이후 일정과 관련해 "두 회사가 세계 1· 2위 기업 간 결합이기 때문에 기업결합신고도 해야 하고, 그전에는 현대중공업이 대우조선에 대해서 또 산업은행이 현대중공업에 대해서 실사를 해야 한다"며 "그 다음에 기업결합신고 수리가 잘되면 9월 정도 매각 절차가 마무리될 것으로 보고 있다"고 전했다.

대우조선 매각 추진 방침에 경남 기자재 업계의 우려는 크다. 대우조선 사외협력회사 모임인 '글로벌탑협력회' 측은, 현재 기자재 업체 60~70%가량이 조선 3사와 모두 거래하는 상황에서 현대중공업이 대우조선을 인수하면 사실상 거래처 획일화에 따른 조선 기자재 품질 변화, 대량 구매에 따른 단가 인하 압박, 기자재 생태계 고용 감소 등을 우려했다.

협력회 관계자는 "국내 조선 3사별로 제품·가격·품질 등 여러 특성이 있다. 그런 (조선소별) 특성에 맞추다 보니까 (동반 상승효과로) 우리나라 기자재 제품도 일류 품질을 맞춰줄 수가 있는데, 이게 합치다 보면 어떤 조건이 될지 저희도 감내하기가 어려운 부분이 있다"며 대우조선 매각에 따른 기자재 품질 하락 가능성을 언급했다.

대기업의 '갑질' 가능성도 내다봤다. 이 관계자는 "두 조선소가 인수합병됐을 때 다량 구매에 따른 가격 '네고'(협상)가 있을 것이다. 현대중공업과 거래하다 가격이 안 맞으면 대우조선하고 할 수도 있고, 반대로 할 수도 있었지만, 그런 게 무너지면 이른바 대기업 갑질이 횡행할 것이다. 무소불위 횡포를 부릴 수도 있다"고 짚었다. 이어 "(합치고 나면) 조선소에서는 싼 거만 찾을 거 아니냐. 그러면 업체는 스스로 인력을 감원한다든지, 규모를 줄인다든지 방법을 써야 되는데, 요즘처럼 고용을 증진해야 하는 시기에 (인수·합병이) 오히려 고용을 감소시키는 방침이 될 것 같다"고 지적했다.

기자재 업체들의 바람도 전했다. 이 관계자는 "조선소만으로는 배를 만들 수 없다. 사실 조선소는 조립 공장이지 모든 기자재는 기자재 업체에서 다 공급이 돼야 배 건조가 가능하다. 이런 상황에서 업체 의견을 청취해서 원활하게 처리했으면 하는 바람"이라며 "(대우조선 매각을) 갑작스럽게 발표해 기자재 협력사들도 상당히 우왕좌왕한다. 정책적으로 합병하는 건 어쩔 수 없는 상황이라고 보는데, 협력사들을 어떻게 관리할 것이다, 향후 어떻게 할 것이라는 방침도 사실 나와야 된다"고 강조했다.

글로벌탑협력회는 대우조선해양에 기자재를 공급하는 협력사가 모여 지난 1989년 만든 모임으로 거제를 비롯한 창원·김해 등 경남과 부산·울산지역 등 동남부권 조선 기자재 업체 126개사가 가입돼 있다. 전국 200여 개 기자재 업체로 구성된 '한국조선해양기자재공업협동조합'은 기자재 산업 위축을 우려하면서도 우선 추이를 지켜본 뒤 대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조선해양기자재공업협동조합 관계자는 "HSD엔진은 우려가 눈에 보이고, 그 외 기자재 업체들 애로는 추이를 지켜봐야 할 것 같다"며 "(현대중공업·대우조선) 두 군데 다 납품하는 업체는 100개 정도 되는 거 같다. 아무래도 대우 쪽에 납품하는 업체가 조금 더 어렵지 않겠나 판단한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로는 조합에 애로나 문의 사항이 없다. 기자재 업체에서는 일단 모기업이고 납품처이다 보니까 조심스러울 수도 있을 거다"며 "현대가 인수하더라도 (기자재 업체별로) 1년 계약이나 단가 계약이 맺어진 상태니까 유지될 것으로 본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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