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 홈서 K리그1 개막전
역대 상대전적 열세 부담
신규·기존선수 조화 관건

앞에는 길이 있다. 그 길은 한 번도 가본 적이 없다. 두려움인가 설렘인가. 길을 가는 동안 수많은 고난과 역경을 만날 것이다. 그보다 더 많은 환희와 행복을 만나길 기대할 뿐, 망설이거나 주춤거릴 여유는 없다. 성큼성큼 걸어가면서 수많은 갈림길을 만날 것이고 매 순간 신중하게 선택하겠지만 다른 선택에 대한 미련 따위는 없어야 한다. 그저 앞에 놓인 길을 헤쳐나갈 뿐. 길이 끝났을 때 발은 부르트고 몸은 만신창이가 됐을지라도 상큼한 오아시스에서 달콤한 휴식이 있으리라 기대하며 길을 떠난다.

K리그1, ACL, FA컵. 2019 시즌 경남FC가 헤쳐가야 할 세 개의 길이다. 이 길은 서로 겹치기도 하고 때론 엇갈리기도 할 것이다. 그 첫 발걸음을 내딛는 날이 내일이다.

경남은 3월 1일 오후 4시 홈 구장인 창원축구센터에서 이번 시즌 승격한 성남FC를 상대로 하나원큐 K리그1 2019 시즌 개막전을 치른다.

경남에 성남은 부담스러운 존재다. 경남은 지금까지 성남을 상대로 8승 6무 14패를 기록하고 있다. 상대 전적에서 밀린다. 하지만 나란히 2부리그에서 뛰었던 2017 시즌에는 경남이 '3승 1무' 로 압도했다. 더구나 지난해 K리그1에 승격한 경남이 상주상무를 상대로 해트트릭을 기록한 말컹의 활약과 손정현의 미친 선방에 기대 3-0 대승을 거두며 돌풍을 예고했던 기억이 새롭다. 승격팀답지 않은 최고의 퍼포먼스를 지켜봤던 성남으로서는 '우리도 할 수 있다'라는 자신감으로 각성했다.

대체로 1부 승격팀은 기존 클럽, 특히 앞 시즌 상위 스플릿에 있던 클럽에는 '승점 자판기'였지만 지난 시즌 경남은 그러길 거부했다. 성남 역시 남기일 감독을 중심으로 똘똘 뭉쳐 새로운 '승격팀의 돌풍'을 준비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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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28일 서울 그랜드힐튼호텔에서 열린 하나원큐 K리그 2019 개막 미디어데이에서 K리그1 경남FC 머치(왼쪽)와 성남FC 서보민이 개막전 대결을 앞두고 투지 넘치는 자세를 취하고 있다. /프로축구연맹

두 클럽은 모두 2부 강등 후 3년 만에 1부 승격을 이뤄냈다는 점에서 닮았다. 경남이 해낸 것을 성남이라고 못하리라 기대하긴 어려운 법. "2부 리그와 1부 리그는 다르다"고 경남 김종부 감독이 26일 열린 미디어데이에서 여유를 보였지만, 성남 남 감독은 "기다리라"고 짧게 맞받으며 도발했다.

성남은 객관적인 전력에선 12팀 중 최약체라는 평가를 받고 있지만, 오프시즌 성남은 '약팀의 금기'를 깨고 수비보다는 공격에 무게를 둔 전술을 가다듬어왔다. 하지만 한계는 있다. 최전방 공격수에서 차질이 생겼다. 부산아이파크와 트레이드로 영입한 김현성의 활약과 프랑스 출신 마티아스 쿠뢰르가 측면 날개로 해결사 구실을 해줘야 한다. 이를 바탕으로 성남은 내년 시즌에도 1부 리그에 잔류해야 한다. 물론 FA 성적도 기대하고, 내년 시즌 ACL 진출도 꿈꾸겠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음을 머잖아 깨칠 것이다.

지난해 개막전부터 강력한 돌풍을 만들어냈던 경남이 같은 꿈을 꾸는 성남을 개막전에서 맞는 것은 '아이러니'다. 경남이 해낸 일을 성남이라고 못할쏘냐.

하지만, 경남은 '경남'이다. 1부 승격에서부터 지난해 돌풍까지 팀의 주축이었던 말컹-최영준-박지수가 떠났다. 이른바 '척추'가 송두리째 빠져나갔다. 어째야 하나. '두려움'이다. 지난 2년간 모든 공격은 최영준에서 시작됐다고는 하지만, 또한 말컹이 마무리했다고도 하지만, 그 과정에서 묵묵히 제구실을 해냈던 네게바와 쿠니모토가 남았다. 동계훈련 동안 보여준 둘의 모습은 지난해를 능가했다. 왼쪽 수비를 책임지면서도 활발한 오버래핑으로 기회를 만들어왔던 이재명도 부상에서 복귀했다. '다행'이다.

경남은 오프시즌 시·도민 구단으로서는 꿈꾸기 어려운 폭풍 영입으로 전력을 강화해왔다. EPL 출신 미드필더 조던 머치, 다양한 유럽 리그를 경험했고 포르투갈 유스에서 활약을 바탕으로 FIFA 선정 유망주에 들었던 룩 카스타이노스 영입에 묻혔지만, 경남이 영입한 선수 면면을 보면 경남으로서는 '역대급'이라 할 만하다. ACL 우승과 준우승한 클럽에서 뛴 경험으로 무장한 곽태휘에서부터 중원을 누빌 이영재, 상대의 골망을 뒤흔들 박기동·김승준에 이르기까지 경남은 지난해와는 확연히 달라진, 훨씬 강력해진 옵션을 장착했다. 설레지 않을 수 없다. 김종부 감독은 "아직도 만들어 가는 중"이라고 했지만, 이제야말로 김 감독이 꿈꾸는 축구를 시도해볼 만한 스커드가 꾸려졌다. 개막전은 다른 모든 경기를 다 합친 것보다도 팀에 미치는 영향력이 크다. 그만큼 김 감독이나 선수단이나 승리에 대한 욕구도 크다.

문제는 김 감독이 꺼내 들 카드다. 룩이나 머치나 리그에 데뷔해 폭발적인 퍼포먼스를 보여주겠다는 의지는 충만하지만, 김 감독은 섣부른 도박은 자제할 가능성이 커 보인다. 그보다는 기존 선수단에 오프시즌 보강한 몇 명을 선발로 내세울 것으로 보인다. 머치는 어쩌면 후반 교체로 출전할 수도 있겠다.

지난해 경남이 보여준 돌풍을 만들어보겠다는 성남. 그런 돌풍을 응원하겠지만 그 바람의 디딤돌이 될 수 없을뿐더러 더 큰 돌풍을 만들어가겠다는 경남의 격돌이 기대를 한껏 끌어올리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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