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는 동상을 입어
살갗이 까맣게 변했다.
누구는 설맹으로
한동안 앞을 못 보게 됐다.
대책 없이 혼자 산을 올랐던 나는
어쩐지 멀쩡했다.
눈보라가 몰아치던 2월 안나푸르나
5400미터 토롱라 고개는
두려움 그 자체였다.
고개 정상에 혼자 쪼그리고 앉아
가까운 산봉우리에서
눈사태가 나는 걸 멍하니 바라봤다.
삶도 아니고 죽음도 아닌
그것은 그저
순수한 고독이었을까.
이서후 기자
who@idomin.com
경남도민일보 문화체육부 부장. 일상여행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