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역사적인 북미회담이 하노이에서 열린다. 이 회담에서 북미는 과연 어떠한 합의를 도출하면서 의미 있는 결과물을 내놓을지 세계적 관심을 끌고 있다.

작년 6월 12일 싱가포르에서 북미정상회담은 이미 한 번 만들어졌다. 상호 적대정책을 분명히 했던 양국 정상이 1950년 한국전쟁 이후 처음으로 협상자리를 만들고 만남을 가졌다는 의미는 평화를 향한 첫걸음이라고 평가할 수 있다. 이런 성격으로 인해 첫 번째 정상회담에선 회의의 결과물보다 만남 그 자체만으로도 역사적인 의미를 둘 수 있었다. 하지만 두 번째 만남 이후론 적어도 회담의 성과를 두고 여러 가지 기대와 실망이 교차할 수밖에 없다. 양국 정상의 만남이라는 단순한 사실보다는 어떠한 내용을 가지고 향후 일정을 조정하면서 평화체제라는 궁극적 목표지점으로 나아갈지가 초미의 관심사다. 물론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이라는 목표는 앞으로 얼마나 많은 시간이 걸릴지 현재로선 예측조차 어려운 게 사실이다. 북미정상회담은 한반도를 더는 지금과 같은 상태에 머물러 있게 할 수 없다는 시대적 인식을 공유한 결과물로 평가할 수 있다. 북미정상회담에서 내놓을 결과는 두 가지 경우의 수로 압축될 수 있다. 먼저 정전협정이나 평화협상 창구 마련과 같은 손에 잡을 수 있는 구체적 협상결과물이 신속하게 도출되는 경우이다. 이와 반대로 협상의 속도가 매우 더디게 진행되는 경우도 예상할 수는 있다. 하지만 두 가지의 가능성 중 어떤 게 선택되더라도 북미 양국은 향후 물밑에서 다양한 선택과 조건을 놓고 계속 협상을 벌여 나갈 것이란 사실은 분명하다. 다시 말해, 정상회담 한 번으로 모든 게 해결될 거라고 기대하는 건 지나친 낙관이자 순진한 소망기대라고 할 수 있다.

북미관계 정상화에는 우리만이 아니라 북한, 미국, 중국이 배우로 등장한다. 게다가 우리 스스로 의지와 노력만으로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이라는 목표가 달성될 거라고 보기는 곤란하다. 그러나 한반도에 내재한 남북갈등으로 가장 고통을 받아 온 우리의 처지를 정말로 바꾸려면 우리를 되돌아보아야 한다. 북한의 사기극 운운하는 일부의 주장 때문에 북미정상회담의 역사적 의미가 뭉개져선 안 된다. 협상 상대방을 조롱하면서 회담을 해보라는 식의 유치한 태도에서 이젠 벗어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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