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복구입비 지원, 부모 같은 마음
가정형편 따른 교육차별 없도록

"이야~ 멋지다! 내 새끼!" 25년 전 필자가 중학교에 입학하던 날, 아버지는 교복을 입은 나의 모습을 보고 감격스러워 하셨다. '우리 아들이 벌써 이만큼 컸나'하는 대견함도 있었겠지만, 한편으로는 교복을 보고 당신의 씁쓸했던 기억도 떠올랐을 것이다.

아버지는 중학교 시절을 섬에서 보냈다. 지금도 그렇지만 당시 섬에는 물자가 풍부하지 않았다. 달걀도 귀해 필요한 물건이 있을 때 돈 대신 달걀을 건네기도 했다니 그 사정이 짐작 간다. 사는 형편이 이럴진대 교복은 또 어땠으랴. 몇 번에 걸쳐 대물림된 교복은 성한 곳이 없었다. 아버지가 중학교를 졸업할 즈음, 전국 단위 우수학생으로 뽑혀 장관상을 받게 됐다고 한다. 상을 받으려면 육지 도시로 가야했고, 교복을 입고 상을 받는 것이 관례였다. 그러나 성한 곳을 찾기 어려울 만큼 너덜너덜해지고 크기도 작아진 교복을 입고 가려니 어린 마음에 꽤나 속이 상했던 모양이다. 결국 아버지는 깨끗한 교복을 구하지 못해 시상식에 참가하지 못했고, 나중에 학교로 배송된 상장을 전달받고는 마음이 많이 아팠다고 한다.

창원시는 올해부터 경남에서 처음으로 중·고등학교 신입생에게 교복을 무상 지급하는 정책을 시행한다. 창원시에 주소를 둔 신입생 1만 9000여 명에게 동·하복을 포함해 1인당 30만 원씩 교복구입비를 지원한다. 여기에 드는 사업비 58억 원은 전액 시비로 마련했다. 2020년부터 경남도가 도내 중학생에게 교복구입비를 지원할 계획을 밝혔으니 창원시도 1년 더 늦게 시행하면 재정 부담이 크게 줄어든다. 하지만 지역경제가 어려운 만큼 학부모 부담을 조금이라도 덜어주고자 시행을 서둘렀다. 이는 보편적 교육복지를 실현해 교육 공공성을 높이고자 하는 허성무 시장 의지이기도 하다.

부모에게 아이의 성장을 지켜보는 것만큼 기쁜 일이 또 있을까. 남들보다 잘해주진 못해도 남들만큼은 해주고 싶은 게 부모 마음이다. 그런 의미에서 교복비 지원은 부모에게 큰 힘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 아이들 역시 시에서 지원해준 교복을 입으면 지역사회의 관심을 받고 있다는 소속감과 연대감이 생길 것이다. 공동체 안에서 자존감도 형성될 것이고, 새로운 학교로 향하는 설렘도 커질 것이다.

누군가는 세금을 그렇게 쓰는 것이 효율적이지 않다고 지적한다. 하지만 학생들이 책과 밥, 옷 걱정을 하지 않고 공부하게 해주는 것이야말로 어른들이 미래세대에게 해줄 수 있는 든든한 응원이고, 배려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충분한 햇볕과 좋은 양분을 듬뿍 받은 나무들이 튼실한 열매를 맺듯, 지역사회의 든든한 지원을 받은 학생들이 나중에 건강한 시민으로 성장하리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창원시가 먼저 열어젖힌 무상급식·교복 시대는 아이들에게 경제 형편에 따른 차별을 해소하고, 교육의 권리를 마음껏 누릴 수 있도록 하는 발판이 될 것이다. 모든 정책이 그렇지만 특히 교육 분야는 아이들이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다. 보편적 교육복지가 확대된 만큼 앞으로는 혁신교육 실현 등 내실을 다지는 데 모두가 지혜를 모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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뜬금없는 얘기지만 허성무 시장 별명이 '운동화 시장'이다. 그에게 운동화는 초심을 잊지 않고 오직 시민만 바라보며 열심히 뛰겠다는 다짐이기도 하다. 요즘 이런 생각이 든다. '운동화도 학생들에게 나눠주면 어떨까?' 허 시장이 또 어떤 과감한 정책을 펼칠지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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