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천리 금수강산이 쓰레기로 몸살을 앓고 있다. 당장에 해결될 가능성도 보이지 않는다. 큰일이다. 지난해 가을부터 부산 '오륙도해맞이공원'을 출발하여 강원도 '통일전망대'까지 걷기 시작했다. 처음 도전한 장거리 코스라 출발에 앞서 긴장되었지만, 쓰레기 문제가 마음에 더 큰 짐을 안겨주었다.

바닷가 후미진 곳에는 어김없이 쓰레기가 넘쳐났다. 바람에 날리고 파도에 떠밀려온 쓰레기가 얼마나 많은지 사람의 손으로는 치우기 불가능할 정도였다. 양식장에서 사용하던 스티로폼 부자는 헤아릴 수 없을 정도였다. 어민들이 스스로 관리하고 회수, 재처리까지 관심을 가지지 않으면 안 될 심각한 환경문제였다. 작은 포구에는 어민들이 버린 쓰레기로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부서진 배가 그대로 방치되어 있었다. 가정에서 사용하다 파손된 물건을 바닷가에서 불태웠다. 타다 만 플라스틱 조각과 각종 쓰레기 부스러기가 파도에 밀려갔지만 아무도 관심 없는 것 같았다. 폐타이어와 납덩이가 달린 폐그물을 바다에 쓸어 넣는 장면도 낚시 다니면서 수없이 목격한 바 있다. 황금어장을 죽음의 바다로 황폐화하는 장본인들이 "물고기가 잡히지 않는다", "바다가 썩어간다"라고 외치고 있으니 그 외침이 공허하게 들릴 뿐이다.

문전옥답은 흙에 기대어 사는 농부가 더럽히고 있다. 잡초를 방지하기 위해 덮었던 검정 비닐과 비료나 퇴비를 담았던 비닐 용기가 썩지 않고 이리저리 날려 다닌다. 내 논과 밭에는 쓰레기를 두기 싫고, 재활용하기까지는 시간이 많이 걸리니 개울이나 후미진 곳에 버린 탓이다. 농약병도 개울마다 지천이다. 물을 오염시키고, 물고기와 사람의 생명을 위협할 수 있다고 해도 가슴에 와 닿지 않는 모양이다. 수박이나 참외, 고구마, 배추 등을 수확하고 난 줄기나 잎도 샛강이나 하천으로 쓸어 넣는다. 냉장고, 의자, TV, 선풍기 등을 가리지 않는다. 물이 썩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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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 주변의 어린이 놀이터에도 돌아서면 쓰레기가 나뒹군다. 버스 정류소도 커피나 음료수병이 널려 있다. 길을 가다가 버리는 것이 일상화된 듯하다. 산에는 등산객이 바위틈이나 나무 아래에 숨겨두고 간다. 통탄할 노릇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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