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두남 등 친일음악가 쓴 교가 여전…전교조, 조사계획

일제에 항거한 3·1운동이 100주년을 맞았지만 배움터인 학교에서는 친일 음악인이 만든 교가가 여전히 불리는 등 일제 잔재가 남아있다. 이 때문에 학교 내 친일 잔재 청산을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경남지역 학교에 조두남(1912∼1984) 작곡가가 만든 교가가 많다. 조두남은 민족문제연구소가 발간한 <친일인명사전>에 등재된 대표적인 친일 음악가이다. 창원시립마산문학관이 지난 2012년에 발간한 <창원의 학교 노래>를 보면 조두남은 창원 성호초교, 온천초교, 완월초교, 합포초교, 내서중, 경상고, 무학여고 등 창원지역 초·중·고 7개 교가를 작곡했다. 그는 초·중·고뿐만 아니라 창원대 등 대학교 교가도 만들었다.

지난 2005년 6월 개관한 창원시립마산음악관은 애초 '조두남기념관'으로 2003년에 지어졌다가, 친일 행적 때문에 마산음악관으로 명칭과 전시 내용을 바꿨다. '선구자' 작곡가로 유명한 조두남은 1943년부터 징병제를 찬양하고 아시아를 침략하는 대동아공영권을 건설하자는 군가풍 가요를 만들었다. <만선일보> 1942년 9월 11일 자에 발표된 김영삼 작사의 '징병령 만세'에 곡을 붙인 것이 대표적이다. 조두남 이외에 <친일인명사전>에 등재된 김동진(1913∼2009), 이흥렬(1909∼1980)도 일부 학교 교가 작곡가에 이름을 올렸다. 김동진은 창원상북초교, 진해남산초교, 경남대, 창원문성대 등 4곳, 이흥렬은 창원기계공고 교가를 작곡했다. 당시 유명한 작곡가는 전국 학교 교가 제작에 참여했다.

친일 음악가가 만든 교가를 교체하자는 움직임도 일고 있다. 앞서 광주·충남·서울지역에서 친일 음악가가 작사·작곡한 교가를 전수조사하고, 이를 폐기하는 운동이 시작됐다. 서영수(57) 전 무학여고 교감은 "교가는 건학이념, 민족정기를 일깨우는 노래다. 이 때문에 친일 음악가가 작곡한 노래를 부르게 하는 것이 옳지 않다고 생각한다. 새롭게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서 전 교감은 30여 년간 음악교사로 활동했다. 이어 그는 "친일 음악가가 만든 노래를 부르고, 부르지 않고는 해당 학교의 문제"라며 "교육청, 학교 관계자, 학생, 졸업생, 학부모, 지역 인사 등이 지혜를 모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일제 잔재'로 여겨지는 일본 가이즈카 향나무도 학교에 많이 있다. 박상은 씨는 지난 2005년 진주교대 교육대학원 석사 학위 논문 '경상남도 초·중·고등학교의 교목과 교화식물의 종류 및 식물학적 분류'에서 도내 전체 900여 학교 교화·교목을 조사한 결과, 13.4%가 향나무였다. 여기서 향나무는 대부분 가이즈카 향나무로 추정된다. 일제가 식민지 교육에 사용한 용어나 명칭도 많이 남아 있다. 김용택 전 전국교직원노동조합 경남지부장은 "해방 74년째인데, 아직도 일제 잔재 청산이 안됐다. '수-우-미-양-가' 성적표기 방식은 일본 전국시대 사무라이가 적의 목을 많이 베어오는가에 따라 '수우양가'로 표기하던 것에 '미'를 추가해 만든 것이다. 학교명에 방위를 넣어 동쪽은 태양이 솟아오르는 희망을 뜻한다며 '동중'에 일본 학생, '서중'에 조선 학생이 다녔다. 일본식 군국주의 교육 잔재인 '차렷', '경례'도 그대로 남아있다"고 말했다.

경남도교육청과 전교조는 학교 내 일제 잔재 청산 작업을 준비하고 있다. 전희영 전교조 경남지부장은 "도내 학교 교가에 대한 전수 조사를 계획 중"이라고 밝혔다. 도교육청도 교가·교목 전수조사, 우리 얼을 세우고자 일본식 학교명을 순 한글 이름으로 바꾸는 운동을 검토하고 있다. 앞서 도교육청은 지난 17일 본청 중앙 현관 앞 일본 가이즈카 향나무를 뽑고, 우리나라 소나무로 교체했다.

최근 문화체육관광부가 여론조사 전문기관 한국갤럽에 의뢰한 '3·1운동 및 대한민국임시정부 수립 100주년 국민인식 여론조사' 결과에서 응답자는 3·1운동 정신 계승 방법으로 '친일잔재 청산'(29.8%)을 우선 꼽았다. 또 80.1%는 친일잔재가 청산되지 않았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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