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터사이클 사고 파는 법

오토바이 ‘기변’

자동차를 한 대 구입해서 폐차할 때까지 타거나 10년 안팎으로 장기 보유하며 타는 사람들이 드물지는 않지만 많다고 하기는 어렵다. 5~6년 지나면 싫증이 나서 새 차로 바꾸는 사람들이 많다. 오토바이도 마찬가지다. 갖고 있던 오토바이를 처분하고 다른 오토바이로 바꾸는 데는 ‘오래 탔다’는 이유도 있겠지만 다른 여러 가지 이유가 있을 것이다. 싫증이 났거나, 작은 사고가 났거나, 원하는 출력이 나오지 않거나 하는 등의 이유다.

생계형으로 타는 오토바이는 그렇지 않겠지만 레저 취미용으로 타는 오토바이는 대체로 자동차보다 보유 기간이 짧다. 내 주변 사람들을 보면 2~3년 주기다. 아주 짧게는 1년이 안돼서 바꾸는 사람도 있다. 오토바이를 바꾸는 것을 휴대폰처럼 ‘기기변경’이라고 하고 줄여서 ‘기변’이라고 하다. 보통은 오토바이를 새로 장만하고 나서 일정 기간이 지나면 오토바이를 다른 것으로 바꾸고 싶어서 안달이 나는데 이것을 ‘기변병’이라고 한다. 기변병에는 오토바이를 다른 것으로 바꾸는 것 말고는 딱히 ‘약’이 없다. 심한 사람은 새로 오토바이를 바꿔서 집으로 타고 오는 순간에 또 다른 ‘기변병’이 온다는 우스개소리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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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나라에서는 가끔씩 열리는 모터쇼에 가면 평소 관심을 두었던 오토바이들을 만날 수 있다. /조재영 기자

기변병이 온 사람은 두 가지 행태를 보인다. 경제적 여유가 있는 사람은 자신이 원하는 브랜드 매장으로 가서 이것저것 물어보고, 시승도 해보고 마음에 드는 기종이 있으면 바로 ‘지른다.’ 이렇게 지르는 사람 중에는 초보자들이 많다. 오토바이에 대해 잘 모르기 때문에 ‘괜찮은’ 중고 오토바이를 고르기가 어렵고, 또 새 제품을 구입하면 보증기간 동안 AS가 든든한 지원군이 되어주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오토바이 브랜드의 보증 AS기간은 출고 후 2년이다. 예전에는 ‘2년 2만Km’ 이내라는 조건이 붙었지만 최근에는 ‘2년 무제한Km’로 바뀌는 경향이다. 그만큼 판매 경쟁이 치열하기도 하고, 자사 제품의 질에 자신이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다른 한 가지 행태는 온라인 거래 사이트를 시도 때도 없이 들여다보게 된다. 이것을 ‘매복’이라고 한다. 온라인 사이트에 자신이 원하는 매물이 올라올 때까지 지켜보는 것이다. 원하는 매물이 올라오면 이것저것 비교해본 뒤 구매해야 하겠다고 결심을 하게 되면 상대방에게 연락을 해서 흥정에 들어간다. 이 단계에서 양측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지는 접점을 찾으면 실물을 보러 가서 확인을 한 뒤 돈을 지불하고 오토바이를 가져오게 된다.

거래방식과 절차는 자동차와 크게 다르지 않다. 다만 자동차는 중고매물을 볼 수 있는 사이트에 들어가면 사고 유무 등 중요 정보를 얻을 수 있지만 오토바이는 그렇지 못한 측면이 있다. 자동차는 주로 딜러가 매물을 올리면서 사진과 성능점검기록·보험이력 등을 첨부한다. 적어도 이런 첨부 서류가 허위가 아니라면 직접 보지 않고도 해당 매물을 어느 정도 판단할 수 있다.

그런데 오토바이는 개인이 매물을 올리는 경우가 많고, 이 과정에서 실제로는 사고 이력이 있는 매물인데도 사고가 없었다고 기록해놓아도 이를 검증하기가 쉽지 않다. 자동차는 공인자격자가 점검을 해서 성능점검기록부를 발급하지만 오토바이는 그런 제도가 없다. 실물을 보더라도 카울을 벗겨보거나 직접 운전을 해보지 않으면 사고 유무를 판단하기가 쉽지 않다.

중고 거래는 물건을 잘만 고르면 좋은 가격에 좋은 물건을 구할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이다. 예를 들면 대표적인 고가 브랜드인 BMW, 할리데이비슨 오토바이를 새로 구입했다가 엔진 길들이기도 끝내지 않은 상태에서 매물로 내놓는 경우가 적지 않다. 이런 매물은 대체로 출고 때 여러 가지 옵션을 장착한 상태여서 중고가로 구입하면 더욱 싸게 구입하게 되는 셈이 된다. 또 이미 한번 등록을 했기 때문에 중고로 구입해서 새로 등록을 하면 취득세 등 세금도 크게 낮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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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생각해보면 나는 오토바이를 탈 때 가장 자유로웠고 행복했다. 할리데이비슨 로드글라이드커스텀을 타던 2014년 가을, 강원도 평창에서 열린 호그랠리(HOG)에 다녀오던 길이다. /조재영 기자

중고 거래 주의점

조심해야 하는 중고 매물도 있다. 우선 허위 매물이다. 실제로 있지도 않은 오토바이를 있는 것처럼, 다른 사람 소유의 오토바이 사진을 도용해서 매물을 올리는 경우가 있다. 매물에 관심을 보이며 연락을 하면 선금을 보내라고 해서 선금만 챙기고 사라진다. 먼저 선금 보내라고 한다고 해서 모두 사기꾼은 아니지만 조심할 필요가 있다. 꼭 필요하다면 소액만 보내는 것이 좋다.

그다음은 사고 차량이다. 이런 매물은 사진만으로는 판단하기 어렵다. 직접 매물을 보고, 가능하다면 주인의 양해를 얻어 운전을 해보는 것이 좋다. 달리다가 두 손을 놓았을 때 똑바로 가지 않고 한쪽으로 급격하게 쏠리는 오토바이는 가장 피해야 할 매물이다. 이런 오토바이는 사고가 나서 차대(골격)가 비틀어져서 균형이 깨진 상태다. 이런 오토바이는 수리를 해도 균형을 복원하기 어렵다. 잘 못 구입하게 되면 폐차할 때까지 삐딱한 자세로 타야 한다.

매물을 실물로 볼 때는 우선 겉모양이 깨끗해야 한다. 껍데기에 쓸린 흔적이 있거나 상처가 많으면 험하게 탔다는 증거다. 이런 부분을 잘 찾아내면 값을 깎을 수도 있다. 그리고 엔진을 구동했을 때 잡소리가 많이 나는지도 살펴야 한다. 엔진은 오토바이의 심장이기 때문이다. 엔진 소리가 부드럽지 않고 뭔가 시끄러운 소리가 나면 엔진 상태를 의심해야 한다. 하지만 경험이 많이 없는 초보자는 소리만으로 엔진 상태를 판단하기 쉽지 않다.

센터스탠드를 세우고 핸들을 정렬한 뒤 앞과 뒤, 옆에서 잘 살펴봐야 한다. 차대가 틀어진 오토바이는 이렇게 살펴보면 한쪽으로 기울졌거나 미세하게 양쪽 균형이 맞지 않음이 보이기도 한다. 타이어가 한쪽으로만 닳았다면 이 역시 차대가 틀어졌을 가능성이 높은 증거다.

타이어 마모 상태도 잘 살펴야 한다. 타이어가 많이 마모되었다면 곧 교체해야 하기 때문에 별도의 비용이 들게 된다. 이런 경우 타이어 교환비로 흥정을 할 수도 있다. 오토바이 타이어는 보통 사람들의 예상보다 비싸다. 할리데이비슨 투어링 기종 뒤바퀴 타이어는 하나에 40만 원이 넘는다. 엔진오일 등 오일류를 언제 교체했는지도 알아야 한다. 오토바이 고급 기종의 각종 오일 교체 비용 역시 수입자동차 오일 교체 비용만큼이나 비싸다.

오토바이 등록 전 운행은 불법

거래가 성사되었다면 오토바이를 집까지 어떻게 갖고 올 것인지 결정해야 한다. 무슨 말이냐 하면, 해당 지역 구청·동사무소·자동차등록사업소 등에 가서 등록을 하고 번호판을 받아 장착한 뒤 집까지 타고 올 것인지, 아니면 용달차를 불러 오토바이를 싣고 올 것인지를 결정해야 한다는 말이다. 등록을 하지 않은 채 번호판 없이 오토바이를 운행하는 것은 불법이기 때문이다.

2~3년 전만 해도 오토바이 등록은 자신의 주거지 구청·읍면동사무소 등에서만 가능했는데 지금은 전국 어디서나 가능하다. 이게 별것 아닌 것 같지만 라이더들 입장에서는 아주 큰 변화다. 예전에는 무조건 용달차에 실어 와서 집에 갖다 놓고 관할 읍면동사무소 등에게 가서 번호판을 발급받았는데 지금은 거래가 이뤄진 곳 읍면동사무소에 가서 번호판을 발급받아서 타고 올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자동차는 전국 어디서나 등록 가능하게 된 지 아주 오래됐다. 그동안 자동차와 오토바이 사이에 엄청난 차별이 있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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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개인 트럭이 있다면 직접 오토바이를 실어서 가져오면 편리하다. 이때는 오토바이가 넘어지지 않게 여러 방향으로 결박을 하되, 흠집이 생기거나 차대에 무리한 힘이 가해지지 않도록 요령껏 묶어야 한다. /조재영 기자

등록 제도에서 그와 같은 차별은 아직도 있다. 자동차 번호판은 12가3456 식으로 지역이 표시되지 않는다. 그런데 오토바이는 경남 창원 가1234 식으로 등록 지역이 표시된다. 실제 주거지는 창원인데 서울에서 오토바이를 구입해 현지에서 등록을 하고 번호판을 받아오게 되면 창원에서 서울 번호판을 달고 다니게 되는 것이다. 오토바이 번호판도 자동차 번호판처럼 지역 표시를 없애는 쪽으로 빨리 개선되어야 한다.

용달차를 불러 싣고 올 때는 오토바이 전문 용달차를 부르는 것이 좋다. 왜냐하면 일반 용달차는 오토바이를 싣기가 쉽지 않다. 오토바이 무게는, 적게는 약 100kg에서부터 많게는 400kg이 넘는다. 큰 오토바이는 도저히 사람의 힘으로는 들어 올릴 수 없다. 일반 용달차라면 경사 사다리라도 있으면 그나마 조금 더 수월하게 실을 수 있지만 아무것도 없다면 불가능에 가깝다. 오토바이 전문 용달차는 뒷문 쪽에 오토바이를 들어 올리는 리프트가 장착되어 있어 쉽게 실을 수 있고, 싣는 과정에서 일어날 수 있는 여러 가지 유형의 사고도 방지할 수 있다. 또 용달기사가 오토바이만 전문적으로 다루기 때문에 적재와 배송과정에서 생길 수 있는 흠집 등도 예방할 수 있다. 오토바이 전문 용달차는 마치 자동차 탁송 화물차와 같은 역할을 한다고 보면 된다.

보험 가입은 필수

오토바이를 팔고자 할 때는 먼저 번호판을 떼서 등록증과 함께 읍면동사무소 혹은 구청에 제출하고 ‘사용폐지증명서’ 를 발급받으면 된다. 개인간 거래가 귀찮을 때는 오토바이 가게에 넘기기도 하는데 시세보다는 훨씬 싼값에 넘길 것을 각오해야 한다. 개인 간 거래에서는 사겠다는 사람이 나타나면 자동차양도양수계약서를 2부 작성해서 한 부씩 나눠 갖는다. 사용폐지증명서를 넘겨준다. 오토바이 등록을 할 때 담당 공무원이 양도자 신분증 사본을 요구하는 경우도 있는데, 과거에는 신분증 사본이 필수제출 서류였지만 지금은 이 제도가 없어졌다. 계약서와 사용폐지증명서를 넘겨주기 전에 반드시 돈을 받아두는 것이 좋다.

중고오토바이를 사서 새로 등록할 때는 자동차양도양수계약서와 사용폐지증명서, 그리고 보험가입서류, 이 세 가지를 반드시 제출해야 한다. 자동차양도양수계약서와 사용폐지증명서는 전 주인에게서 오토바이를 인도받을 때 같이 넘겨받으면 된다. 보험가입서류는 사용폐지증명서에 기록되어 있는 차대번호를 근거로 자동차보험에 가입하고 가입증서를 팩스 등으로 받으면 된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서는 자동차보험 가입에서도 자동차와 오토바이에 큰 차별이 존재한다. 자동차는 아무 보험사 혹은 보험모집인에게 전화해서 보험가입을 하고 싶다고 하면 일사천리로 된다. 하지만 오토바이는 그렇지 않다. 대부분의 보험사들이 손해율이 높다는 핑계를 대며 책임보험조차도 가입을 꺼린다. 종합보험은 더욱 가입하기 어렵다. 종합보험에 가입하더라도 자기 신체 사고에 대한 보상은 병원비 지급 최고액이 1500만 원으로 한정되고 본인 사망 때도 보상금액이 5000만 원이 최고액이다. 자차 피해 보상은 애초부터 제외되어 있다. 그러면서도 보험료는 자동차와 같거나 더 높다. 보험이란 것이 사고가 발생했을 때 등 위험을 대비하기 위한 것인데, 오히려 보험사의 이러한 태도가 오토바이 무보험 운행을 종용하는 결과를 가져오게 된다. 이 부분은 정부 금융당국의 적극적인 개입과 개선이 필요하다. 오토바이를 타는 사람을 위해서도, 오토바이에 피해를 당한 다른 국민들을 위해서도 반드시 개선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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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꼬박 4년 넘게 나와 한 몸이 되어 달렸던 BMW R1200RT를 보냈다. 새주인은 오토바이 수송 전용 트럭에 실어갔다. /조재영 기자

나는 얼마 전 꼬박 4년을 함께 한 ‘BMW R1200RT’를 다른 사람에게 보냈다. 나와 한 몸처럼 달렸던 친구다. 그리고 지금 ‘매복’ 중이다. 어떤 새로운 ‘친구’가 나에게 오게 될지 기대된다. 새로운 친구가 오면 전보다 좀 더 자유로워지고, 전보다 좀 더 가벼워지고 싶다. 그리하여 땅 위를 천천히 나는 듯이 달리고, 세상 깊은 곳까지 구석구석 가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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