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천포 작은 조선소의 러시아 진출 쾌거
이제 시작이라는 HK조선, 승승장구하길

도전은 무모했다. 아니 실현 불가능에 가까웠다.

국내 굴지의 조선소도 아닌 삼천포의 작은 조선소에서 러시아 시장을 공략한다는 것 자체가 쉽지 않은 도전이었다.

대형 상선이 아닌 유람선이나 소규모 어선을 주로 건조했고, 법인 설립이 채 5개월도 되지 않은 ㈜HK조선이 러시아 조선산업에 도전장을 내민 건 지난해 9월이었다.

HK조선 박흥갑 대표는 러시아가 선박이 노후화해 어선 건조 물량이 넘쳐난다는 얘길 듣고 망설임 없이 한-러 조선산업 합작사업 진출을 선언했다.

우려의 시선을 성과로 바꾸는 데는 많은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HK조선은 러시아 진출 5개월 만에 재계 30위 권에 속하는 베르쿠트 그룹의 자회사인 슬라반카 조선소와 합작법인을 만드는 쾌거를 올렸다. 조선산업의 높은 기술력을 보유한 한국 기업이 선박 건조사업에 뛰어든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어선 건조에 목말랐던 선주사들이 곧장 응답했다.

합작법인 설립까지는 상당 시일이 걸리지만, 선박 건조 문의가 쇄도했다. 일부 선주사는 직접 사인을 한 건조의향서(LOI)를 들이밀며 선박 수주를 요청하기도 했다. HK조선이 직접 밝힌 수주금액만 어선 16척, 3000억 원 규모다.

사업이 순조롭게 진행되면 일감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는 경남 도내 조선 기자재 업체에도 숨통이 틜 전망이다.

선박 건조물량의 70%가량을 국내로 가져와 작업을 진행하기 때문에 가뜩이나 위축된 도내 조선업계가 활기를 되찾을 것으로 기대한다.

러시아 조선 시장은 어찌 보면 위기의 한국 조선업계에 기회의 땅인 셈이다.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직접 극동지역을 개발해 에너지, 수산, 항만, 건설 등의 주요사업을 경제 부활의 출발점으로 삼겠다는 '신동방정책'과 세계 톱클래스 기술력을 자랑하는 국내 조선업계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질 가능성이 농후하기 때문이다.

장밋빛 전망을 현실로 만들려면 행정적인 지원도 뒷받침되어야 한다. 극동지역 진출을 노리던 수많은 민간기업이 러시아 특유의 폐쇄적인 문화와 러시아 법률 이해부족으로 경험한 실패와 좌절을 더는 반복해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러시아는 수주절벽을 겪는 국내 중소형 조선업계에 새로운 먹거리 시장이다. 시장을 점령하느냐는 전적으로 기업의 역량에 달렸다. 이제부터가 진짜 시작이라고 말한 HK조선 박흥갑 대표의 '무모한 도전'이 '위대한 도전'으로 승화하길 진심으로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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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한국의 작은 조선소를 파트너로 맞아 준 러시아에도 감사를 표한다. 스파시바(감사합니다) 러시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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