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진주시립국악관현악단 정기연주회 연습현장 가보니
시와 출근제 갈등 '공연 중단'
4년간 공백 깨고 정상화 시동
"관객 만나는 순간 가슴 벅차"
28일 3·1운동 100주년 음악회

진양호 부근, 고불고불한 길을 따라 도착한 진주시전통예술회관. 출입문을 열자 우렁찬 음악 소리가 뻗어나온다.

진주시립국악관현악단(이하 국악관현악단)이 정기연주회를 일주일 앞두고 맹연습 중이었다. 단원들은 한 음이라도 놓치지 않으려는 듯 눈빛이 반짝였다. 박호성 객원 지휘자와 눈을 마주쳤다가 그의 말을 악보 옆에 메모하기도 했다.

사실, 그날은 추웠다. 하지만 잔뜩 움츠려 있던 몸이 단원의 열정에 사르르 풀어졌다.

국악관현악단이 '연주회'를 목표로 이렇게 모인 것은 얼마 되지 않았다.

지난 2014년 11월, 56회 정기연주회를 끝으로 단원들은 관객과 한동안 이별을 해야 했다. 자의가 아니었다.

시가 2015년 주3회 출근제를 주5회로 바꾸면서 시와 국악관현악단의 갈등이 촉발됐다.

비상임인 단원에겐 가혹한 일이었다. 그들은 생계를 위해 고정 연습시간 외엔 강의를 뛴다. 시의 결정은 단원에게 '그걸 포기하라'는 소리로 들렸다.

갈등이 커졌다. 시는 단원 20명을 해촉했고 단원은 노동위원회에 구제신청을 했다. 중앙노동위 결정에 따라 해촉 단원은 모두 복직했지만 앙금은 쉽사리 가라앉지 않았다.

서나영(50) 악장은 "연주회를 통해 관객을 만나야 하는데 그러지를 못하니, 목적 없는 연습만 하고 있었다"며 "국악관현악단이 언제 해체될지 모른다는 불안감, 직장을 잃을 수도 있다는 생각에 앞이 캄캄했다"고 회상했다.

조규일 진주시장이 취임하면서 시립예술단(국악관현악단·교향악단)이 정상화되기 시작했다.

지난해 12월에는 4년간 공백을 깨고 정기연주회를 열었다. 시가 지휘자 공모에 나섰으나 적임자가 없어 객원 지휘자로 무대를 꾸렸다.

▲ 진주시립국악관현악단이 21일 진주시전통예술회관에서 59회 정기연주회를 앞두고 연습을 하고 있다. /김민지 기자

정형석(37) 단원은 "당일 관객이 만석을 이뤘고 공연을 함께 즐겨주니 감격스럽고 가슴이 벅찼다"며 "그간 못했던 우리 일을 하고 있구나라며 존재 가치를 재인식했다"고 말했다.

국악관현악단은 지난 1월에 이어 오는 28일 오후 7시 30분 경남문화예술회관에서 정기연주회를 연다.

주제는 '그날 그리고 오늘 우리'로 3·1운동 100주년 기념음악회다. 김훈 소설 <칼의 노래>서 영감을 받아 작곡된 창작관현악과 자유를 갈망하는 대금협주곡, 희망을 담은 창작관현악이 차례로 연주된다. 또한 한민족의 역사와 숨결을 공유해 온 노래 '아리랑'이 울려 퍼진다.

피날레는 진주시립연합합창단 100여 명과 함께하는 '천둥소리'다. 이 곡은 지난 1995년 8월 15일 옛 조선총독부 건물 해체식에서 연주된 창작관현악이다. 일제에 억압받던 우리 민족의 한과 기상을 웅장하게 표현해 뭉클한 감동을 전할 예정이다.

서나영 악장은 "경남에 하나뿐인 시립국악단체인데 4년간 부득이하게 관객과 만나지 못했다. 앞으로 정기연주회뿐만 아니라 찾아가는 공연도 준비 중이다"며 "많이 오셔서 격려해주시고, 우린 좋은 공연으로 보답하겠다"고 말했다.

국악관현악단이 오랜 겨울잠에서 깨어나 기지개를 켜고 있다. 무대 위에서 '얼씨구' 신명나게 놀아보기를 기대한다. 관객은 '절씨구' 응원할 준비가 돼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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