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기 잡는 유럽의 쌍화차 타향살이 달랜 붉은 온기
독일 유학한 번역·수필가
겨울철 마신 데운 포도주
체온 유지·기력 회복 탁월

전혜린(1934~1965)은 우리나라 최초 여성 독문학자이자 수필가다. 그는 루이제 진저의 <생의 한가운데>와 헤르만 헤세의 <데미안>을 우리말로 옮겼고 이미륵의 독문소설 <압록강은 흐른다>를 번역했다. 특히 유럽 생활을 회고한 수필집 <그리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가 1960~1980년대 여성 독자에게 인기를 끌면서 유명해졌다. 그는 여성의 활동이 제한적인 당대 여성상에서 벗어난 삶을 살았다. 유학을 떠났고 번역가로 일했으며 한국으로 돌아와 교수로도 일했다. 전혜린은 전근대적인 한국사회에서 독립적인 여성으로 젊은이들의 인기를 받았다. 해외여행을 꿈꾸기 어렵던 시절 사람들은 (독일 유학에 대한) 이국적인 삶에 대한 동경도 있었다.

그에 대한 비판도 있다. 전혜린의 아버지 전봉덕은 친일 관료다. '식민지 최상층 엘리트가 가진 돈에 의해 길러졌고 부잣집 딸내미의 교양있는 공주 코스프레'라는 비아냥도 있다. 하지만 그는 아버지가 통제하는 삶에서 벗어나고자 했다. 법학도가 되라는 아버지의 바람을 뿌리치고 독일 유학을 감행했고 경제적인 어려움을 겪었다. 독일에 도착한 지 6개월 만에 아버지가 정해 준 사람과 반강제적으로 결혼을 하지만 몇 년 뒤 이혼을 한다.

전혜린은 독일 뮌헨의 슈바빙이라는 곳에서 살았다. 슈바빙은 예술가의 거리로 유명했고 자유로움이 넘쳤다. 수필집 <그리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를 보면 당대 경험할 수 없는 이국적인 삶이 묻어난다. 음식에 대한 이야기도 있다. 그는 추운 겨울 독일에서 글루바인(gluhwein)을 즐겨 마셨다. 뜨거운 와인이다.

▲ 뱅쇼는 따뜻한 와인으로 겨울철 유럽에서 즐기는 음료 중 하나다. /김민지 기자
"시월이 되면 레스토랑이나 다방에서 손님들이 데운 맥주를 요구하는 수가 늘게 된다. 그러나 추위를 덜기 위해서 그보다 흔히들 마시는 것은 물과 설탕을 끓이고 럼주를 섞은 그로그(grog)라는 음료와 또 붉은 포도주에 계피, 사향, 레몬, 설탕 등을 넣고 끓인 글루바인이라는 음료다."

글루바인은 우리가 알고 있는 뱅쇼다. 프랑스어로 뱅(vin)은 포도주, 쇼(chaud)는 '따뜻한'이라는 의미다. 독일에서는 글루바인, 미국에서는 뮬드 와인(mulled wine)이라 불린다.

유럽에서는 날씨가 추워지면 뱅쇼를 마신다. 집에서 만들어 먹거나 길거리에서 사먹기도 한다. 한 잔에 3유로(3000원 후반대) 정도. 감기예방과 기력회복에 탁월하다. 프랑스 출신 방송인 이다도시는 뱅쇼에 대해 "따뜻한 와인으로 디저트라기보다는 겨울용 음료에 가깝다"며 "겨울에 산책하고 돌아왔을 때 혹은 스키를 타고 돌아왔을 때 몸을 녹여주는 음료"라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사람들은 뱅쇼를 언제부터 마셨을까. 기원이 명확하지 않다.

두산백과사전에 따르면 고대 이집트 시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향신료가 든 와인이 건강을 증진하고 병을 피하게 한다 하여 인기를 끌었으며, 이후 로마인들을 통해 유럽 전역에 알려지게 되었고, 특히 장기간 혹독한 겨울을 지내야 하는 유럽과 중동 지역에서 추위를 녹이기 위한 음식으로 즐겨 찾았다'고 한다.

우리나라에 뱅쇼가 소개된 건 언제일까.

네이버 뉴스라이브러리(1920~1999년)에서 뱅쇼, 글루바인으로 검색해봤다. 결과는 '0개'. 그래서 외래어 대신 '따뜻한 포도주'라고 검색해보니 눈에 띄는 기사가 있었다.

1964년 11월 9일 자 <경향신문>의 '감기의 예방대책'이라는 제목의 기사다. '몸이 으슥 으슥 추워지면 열일 제쳐놓고 안정을 취하는 게 좋다. 눕기 전에 레몬 반개 혹은 귤 1개의 즙과 포도주 2숟갈, 설탕 한 숟갈을 컵에 넣고 더운물을 부어 마시면 몸이 훈훈해진다.'

뱅쇼나 글루바인이라는 이름으로 언론에 소개된 건 2002년부터다.

뱅쇼 조리법은 간단하다. 냄비에 와인과 레몬 등 신맛나는 과일, 계피를 넣고 끓이면 된다. 기호에 따라 설탕이나 꿀을 넣어도 좋다.

뱅쇼는 먹다 남은 와인이나 저렴한 와인으로 만들 수 있다. 단맛을 좋아하면 스위트(sweet)한 와인을, 아니면 드라이(dry)한 와인을 고르면 된다. 그 외 재료는 자신의 취향 따라 넣으면 된다. <커피프렌즈>에 나온 배우 최지우는 와인에 사과·레몬·귤·계피·정향을 넣어 뱅쇼를 만들었다. 백종원은 "팔각도 넣으면 좋다"고 팁을 전수하기도 했다.

<샹그리아와 뱅쇼 차이점> 뱅쇼가 겨울철 프랑스 사람들이 즐겨 마시는 음료라면 샹그리아는 여름철 스페인 사람들이 즐겨 마신다. 뱅쇼처럼 와인을 끓이지 않으니 만드는 법은 더 간단하다. 유리병에 레드와인, 사과·복숭아·오렌지 등 과일, 탄산수를 넣고 냉장고에 3시간 숙성시키면 된다. 식사 전에 먹으면 식욕을 돋우고 식사 후엔 달콤한 디저트와 함께 먹어도 좋다.

▲ <뱅쇼 만드는 법>
준비물: 레드와인 1병, 사과 1개, 레몬 1개, 자몽 1개, 시나몬 스틱 1~2개
<뱅쇼 만드는 법> 준비물: 레드와인 1병, 사과 1개, 레몬 1개, 자몽 1개, 시나몬 스틱 1~2개

1 준비한 과일을 베이킹소다로 문질러 깨끗하게 씻는다.

2 과일은 껍질째 얇게 썬다.

3 냄비에 과일과 시나몬 스틱을 넣고 와인을 붓는다.

4 센 불에서 끓이다 부글부글 끓으면 약한 불로 줄이고 20분 정도 더 끓인다.

5 체에 내용물을 걸러 예쁜 잔에 담아낸다. 남은 뱅쇼는 병에 담아 냉장보관(최대 일주일)하고 먹을 때마다 데워 마신다.

▲ 1 준비한 과일을 베이킹소다로 문질러 깨끗하게 씻는다.


2 과일은 껍질째 얇게 썬다.


3 냄비에 과일과 시나몬 스틱을 넣고 와인을 붓는다.


4 센 불에서 끓이다 부글부글 끓으면 약한 불로 줄이고 20분 정도 더 끓인다.
▲ 5 체에 내용물을 걸러 예쁜 잔에 담아낸다. 남은 뱅쇼는 병에 담아 냉장보관(최대 일주일)하고 먹을 때마다 데워 마신다.

기사제보
저작권자 © 경남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