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말부터 목소리 톤이 낮아지던 아들이 이제 내일모레면 중학교에 입학한다. 초등학교와 중학교는 분위기가 다를진대 아직 파악되지 않는지 교복을 입어보고 그저 연방 싱글벙글한다.

아들은 집에서 버스로 10분 거리인 새로 생긴 남녀공학 중학교로 진학한다. 주위 어른들은 죄다 걸어서 갈 수 있는 '남중'이 있는데 굳이 멀리 떨어진 '남녀공학'에 보낸다며 한마디씩 거든다. 아이가 편하게 다니는 학교가 좋다, 공부를 제대로 시키려면 여학생들과 좀 떼어 놓아야 한다는 말도 보탠다. 남학생들만 다니는 중·고등학교를 다녔지만 성당 학생회 활동을 열심히 하면서 이성교제에 눈이 가 공부를 좀 멀리했던 나는 그 걱정을 이해 못 하는 바 아니다. 하지만, 일단 공부 이야기만 제외하면 순기능이 있다고 믿는다. 이성에게 잘 보이고자 신경 써서 꾸민다거나, 어설프지만 기타를 배워 노래를 부르거나, 인기 있는 보이 그룹 춤도 따라 추거나, 운동으로 자신을 보여주는 모든 행동이 분명히 살아가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앞서 미리 제외했지만 이성에게 잘 보이려고 공부까지 열심히 한다면 금상첨화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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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 처지에서 이성에게 인기 있는 자녀를 싫어할 사람이 누가 있을까. 나도 당연히 아들이 여학생에게 인기 많은 학생이 되기를 기대한다. 진학한 중학교에서 이성과 생활하며 남녀가 다르되 사람으로서 같다는 것을 제대로 이해하고 그 매력을 인정받기 바란다. 부모 바람이자 아들이 누릴 권리다. 학교에서도 내 아들이 누구를 좋아할 권리를 보장해 줬으면 한다. 그 권리가 침해됐을 때는 이 아빠가 치맛바람, 아니 바짓바람을 부릴지 모르겠다. 물론 가정에서 교권을 침해하지 않을 교육은 충분히 할 테니 걱정 마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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