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가 일방적으로 가르치는 시대는 끝
'먼저 삶으로 보여주는'열정·사랑 갖자

입춘 지난 지도 20여 일, 우수도 지난주에 지났다. 드디어 봄볕이 무르익고 있다. 겨우내 숨죽였던 천지만물이 다시 호흡을 시작한다. 연일 희뿌연 미세먼지가 산하를 덮어도 봄이 오는 길목은 막아설 수 없다. 매화가 피었다는 소식은 오래전이다. 온종일 봄볕 드는 곳에서는 벌써 진달래가 피었다는 소식도 있다. 곧 앞다투어 피어날 봄꽃들을 상상해보라. 어찌 가슴 설레지 않으랴! 지천에서 피어날 산수유, 개나리, 진달래, 목련, 벚꽃들을 상상해보라. 어찌 얼굴에 미소가 번지지 않으랴. 봄꽃들을 기다리는 마음처럼 우리 선생님들도 설렘과 두근거림 가득 안고 또다시 3월을 맞이했으면 좋겠다. 봄볕이 있어야 꽃이 핀다. 학생이 꽃이라면 교사는 봄볕이다. 봄볕이 없는 곳에 어찌 꽃이 피겠는가. 따스한 봄볕 같은 교사가 없다면 학생들이 어찌 제 빛깔과 향기로 꽃을 피워낼 수 있겠는가. 부디 우리 선생님들이 봄기운 충만한 봄볕으로 다시 거듭나길 기도한다.

하지만 이런 기도와는 달리 현실은 안타깝기만 하다. '교육 불가능의 시대'에 '교사도 학교가 두렵다'고 외치기 시작한 지는 오래되었다. 그래서 그런지 교사들의 명예퇴직이 늘고 있다. 올해 2019년 2월 말 전국 명예퇴직 교원이 6000명 넘었다고 한다. 이는 2018년보다 30% 이상 증가한 것이고, 최근 몇 년간은 정년퇴직보다 명예퇴직 교원이 두세 배 더 많다고 한다.

왜 이런 현상이 벌어질까? 대한민국에서 선호하는 직업 1위가 초중등 교사다. 실제 교원 임용고시 경쟁도 치열하다. 그런데 왜 그토록 좋다는 직업을 일찌감치 그만두려 하는 걸까? 관점에 따라서 현상 분석과 처방도 다르다. 한국교총은 "대규모 명퇴 신청의 가장 큰 원인은 갈수록 약화하는 교권과 학생 생활지도의 어려움에 있다"는 입장이다. 한편 지난 14일 자 경남도민일보 보도에 따르면, 졸업을 앞둔 고등학생들이 학생 인권을 더 존중하는 학교를 만들어달라며 학내에 대자보를 붙여 "가장 인권적인 것이 가장 교육적이라는 걸 잊지 말아달라"고 호소했다.

두 입장을 쉽게 정리해보자. 교사들은 예전 같지 않은 학생이나 학부모들에게 시달리다 지치고 힘들어 학교를 떠난다. 하지만 학생이나 학부모들은 여전히 교사들이 변화에 둔감한 '꼰대'라고 비판한다. 서로 탓하는 꼴이어서 더 안타깝다. 어둠을 탓하는 것보다 촛불 한 자루 밝히는 편이 더 낫다고 했건만. 그래서 지난 20여 년 우리는 줄기차게 학교 교육의 변화를 모색하며 대안교육, 혁신교육, 미래교육을 외쳐왔건만 여전히 학교는 힘들다.

어느 쪽이 옳으냐 따지기 전에 지금 우리는 어디로 향하고 있는지, 그 좌표를 정확히 짚어야 한다. 분명한 것은 이제 교사가 일방적으로 가르치는 시대는 끝났다는 점이다. 서울시 조희연 교육감이 1주일간 현장 교사체험에서 직접 깨달은 대로 지금은 더는 '가르칠 상황'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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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이제 우리의 관점과 태도를 바꾸어야 하지 않을까? 이제 교사와 학생이 '서로 배우고 함께 나누자'는 관점으로 접근하자. 진정한 교사는 가르치지 않는다고 했다. 그러니 배움 그 자체가 즐겁고 신나는 일이라는 걸 교사가 먼저 삶으로 보여주는 것보다 더 좋은 교육방법이 있겠는가. 행복한 교사는 배움의 기쁨으로 가슴에 설렘과 두근거림을 가득 품은 사람이다. 그러니 행복한 사람은 언제나 봄볕처럼 가슴이 따뜻하다. 새봄, 새학년에는 우리 다시 열정과 사랑의 힘으로 봄볕처럼 따스한 교사로 거듭나자. 봄볕이 있어야 꽃이 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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