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력근로제가 합의됐지만, 최장 노동시간 국가라는 불명예는 끝내 극복하지 못했다. 경제사회노동위원회 노동시간제도개선위원회는 19일 전체회의를 열고 탄력적 근로시간제 확대에 합의했다. 쟁점인 단위 기간은 기존 최대 3개월에서 6개월로 조정됐다. 결국, 사람이 먼저라기보다 경영진이 먼저라는 뜻이 재확인됐다.

지난해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노동시간센터가 국내 자료를 분석해 하루 10시간 이상 근무하는 날이 많으면 주당 노동시간과 관계없이 우울이나 불안증상, 불면증이나 수면장애, 피로 등 발생 위험이 높아진다는 것을 발표했다. 주당 노동시간 제한 외에도, 하루 노동시간 규제도 필요한 이유다. 실제로 야간 노동이 포함된 경우 하루 노동시간이 8시간을 넘지 않도록 하는 나라도 많다. 하지만 한국사회는 이미 무제한 장시간 노동이 합법적으로 용인되는 경우가 상당수다. 정부와 경영계는 지속적으로 노동시간 유연화를 주장하지만, 특례업종과 감시단속, 농림·어업 등 1차산업, 사업장 밖 간주노동자, 5인 미만 사업장 노동자는 노동시간과 휴게시간에서 보호받지 못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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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사노위는 '사회적 합의'를 하겠다고 했다. 그렇다면 노동자들은 장시간 노동에 내몰려 있고, 거기에 기대어 생활임금을 유지하고 있다는 점을 합의 기준으로 삼아야 했다. 노동시간 상한제를 무력화하고 노동자를 과로로 몰아가는 합의를, 영세한 사업장의 노동자들을 더욱 어렵게 만드는 것을 사회적 합의라고 부를 수 있을까. 재계를 대변하는 답을 정해 놓고, 이를 동의해 줄 합의의 주체를 모아서 미리 정해 놓은 답을 끌어내는 것을 사회적 합의라고 부를 수 있을까? 내 눈에는 그들만의 합의로만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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