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원의 한 보육원에서 십수 년 전 원생에 의해 피해자가 여러 명인 성폭력 사건이 발생한 사실이 드러나 가해자가 구속되었다. 경찰은 피해자를 4명의 원생으로 보고 있지만, 피해자들의 입에서는 10여 명이라는 말이 나오고 있다.

아동보육시설이 얼마나 관리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지 새삼 경종을 울려주는 사건이다.

보육시설에서 상습적으로 성폭력이 일어날 수 있는 것은 해당 시설이 묵인하거나 방조하지 않으면 거의 불가능하다. 그러나 해당 보육원은 소문이 나서 후원이 끊길까 봐 사건을 덮는 데 그치지 않고 부원장과 교사 등 관리자들도 원생들에게 성폭력을 저질렀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니, 할 말을 잃게 한다. 이번 사건뿐만이 아니라 보육시설의 성폭력 발생은 지속적으로 사회문제가 되고 있어 더는 낯설지 않을 정도다. 2년 전 서울에서도 한 사회복지법인이 운영하는 보육원에서 수년간 원생에 의한 성폭행이 발생한 사실이 드러났다. 그때도 보육원 측에서 조직적으로 범죄를 은폐하거나 방조한 것으로 밝혀졌다.

창원시는 부랴부랴 해당 보육원의 성폭력 사건과 보조금 사용에 대해 전수조사에 착수했지만, 개탄이 절로 나온다. 경남도와 창원시는 관할 보육원에 대한 관리 감독의 책임이 있으며, 보호조치 중인 보호 대상 아동의 양육 상황을 매년 점검하게 되어 있다. 보육시설에서 아동을 대상으로 성범죄가 상습적으로 자행되고 조직적으로 은폐된 정황이 있음에도 이를 미처 알지 못한 것에 대해 책임을 통감해야 한다. 당국은 철저한 조사를 통해 혐의가 사실로 드러나면 지원을 중단하고 사업 정지를 명령해야 한다. 이 경우 입소 아동들을 보호하는 일이 과제다.

보육시설이 공익단체가 아닌 민간단체일 경우 지자체가 인사나 관리에 관여하는 것이 실질적으로 어렵다는 점도 어처구니없는 사건의 발본을 가로막는 걸림돌이다. 지자체가 민간단체의 보조금 지원은 할 수 있지만, 운영에는 관여하기 힘든 불합리한 현실을 바꿔야 한다.

더 늦기 전에 위탁가정을 활성화하거나 사회복지시설의 공공성을 강화하는 데 모두 머리를 맞대어야 한다. 가정 잃은 아이들을 나락으로 몰아넣는 야만을 막는 일은 늦추어도 될 일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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