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산시민 41명이 꺼낸 '40년 전 그날'
군인·노동자·기자 등 인터뷰
유치준 씨 사망 재조명 주목

김경훈(55) 씨는 1979년 마산어시장에서 칫솔을 팔고 있었다. 그해 10월 19일 장사를 마치고 오후 6~7시께 동네 사람들과 함께 북마산 옆 구름다리에서 부마항쟁에 참여했던 김 씨는 군인의 진압봉에 맞아 왼쪽 어깨가 부서졌고, 치료 시기를 놓쳐 평생 불편을 안고 살아왔다고 했다.

ㄱ(62) 씨는 부마항쟁에 참여하지 않았으나 경찰에 붙잡혔다고 했다. 그는 1979년 10월 19일 마산 산호동에서 친구들과 술을 마시다 경찰에 붙잡혔는데, 민간 주동자로 몰렸다고 했다. 이 씨는 이미 만들어져 있는 경찰 조서에 강제로 지장을 찍었다고 했으며, 50여 일간 구속됐다가 풀려난 이후 트라우마에 시달렸다고 했다.

1979년 10월 항쟁에 직접 참여했거나 목격한 마산시민 41명의 목소리가 담긴 <부마민주항쟁 증언집 마산편·2>이 발간됐다. 지난 2011년 나온 <부마민주항쟁 증언집>이 소수 학생 중심 구술이었다면, 이번에 나온 두 번째 증언집에는 당시 군인·교직원·노동자·상인·기자 등 다양한 인터뷰가 담겼다.

◇"부마항쟁 알리고자" = 증언집을 집필한 허진수 국무총리 소속 부마민주항쟁진상규명 및 관련자명예회복심의위원회 위원은 한국 민주화운동사에 큰 발자취를 남긴 '부마항쟁'이 제대로 된 평가를 받기를 바랐다.

"박정희 유신체제 종식을 불러온 부마민주항쟁이 1980년 광주항쟁, 1987년 6월 항쟁을 이끌어냈다는 것을 알리고자 이 책을 썼습니다. 많은 시민이 이 책을 읽고 부마항쟁이 우리 역사에서 어떤 역할을 했는지, 어떤 피해가 있었는지 등을 알았으면 좋겠습니다."

허 위원은 부마민주항쟁기념사업회장으로 재임 중이던 2016년 두 번째 증언집을 내기로 마음먹었다고 했다. 부마항쟁이 5·18민주화운동 등 다른 항쟁에 비해 덜 알려졌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 증언집을 집필한 국무총리 소속 부마민주항쟁진상규명 및 관련자명예회복심의위원회 허진수 위원 /류민기 기자

허 위원은 부마항쟁 참여자가 학생에서 시민으로 확대한 이유와 항쟁이 미친 영향은 무엇인지 등에 초점을 뒀다. 인터뷰를 바탕으로 부마항쟁 전개과정을 재구성하고, 부마항쟁 전후 개개인의 삶을 입체적으로 전달하려 했다.

허 위원은 지난 22일 열린 출판기념회에 앞서 "부마항쟁은 시민 증언이 많이 없을뿐더러 경찰 신문조서나 재판 기록이 남아 있다 하더라도 왜곡된 경우가 많았다"며 "시민 수십만 명이 어떤 동기와 목적으로 항쟁에 참여했는지 직접 들어보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많은 시민이 두 번째 증언집을 읽고 부마항쟁이 우리 역사에서 어떤 역할을 했는지, 당시 국가 폭력의 실태 등을 알았으면 좋겠다. 그리고 부마항쟁 정신과 기념사업에 많은 이들이 힘을 모아줬으면 좋겠다"고 했다.

◇고 유치준 씨 재조명될까 = 두 번째 증언집에서 고 유치준 씨 사망사건과 관련해 유의미한 증언이 나왔다. 유 씨는 1979년 10월 19일 오전 5시께 당시 마산시 산호동 새한자동차 영업소 앞 도로변(현 마산용마고 총동창회관 앞 도로)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허 위원은 "당시 신문기자였던 성재효 씨의 증언에 따르면 유 씨는 18일 퇴근 후 양덕동 한 포장마차에서 술을 마셨는데, 경찰이 이 행적을 알고 있었다. 또 성 전 기자는 신원을 파악했던 경찰이 유 씨 가족에게 시신을 곧바로 인계하지 않고 가매장한 점이 매우 의문이라고 했다"고 말했다.

허 위원은 당시 마산경찰서 대공과에 근무한 경찰을 만나 유치준 씨 사건 처리가 "통상적인 상식에 어긋난다"는 인터뷰를 했다. 또 당시 진압부대로 동원된 파출소 순경을 만나 "18일 가야백화점 앞쪽에서 시위대와 대치 상황이 있었다"는 증언을 기록했다.

유 씨 죽음에 대한 진상규명과 관련해 진상규명위 관계자들은 "강제 조사권한이 없어 한계가 있다"고 입을 모았었다.

지난해 개정된 '부마민주항쟁 관련자의 명예회복 및 보상 등에 관한 법'은 주민등록·가족관계등록 등 개인정보에 관한 자료를 받아 관련자 조사를 할 수 있도록 했다. 또 올해 12월 23일까지로 진상규명위원회 조사 활동기한을 연장했다.

부마항쟁 진상규명위는 유 씨와 관련해 지난해 10월과 11월 현장 조사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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