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자·소수자에 대한 사랑 강조한 예수
학생인권조례 대안 내놓는 교회 되길

저는 40년 가까이 교회를 목회하면서도 일반 목회자와는 달리 교회를 위한 교회가 아니라 세상을 섬기는 교회가 되는 일에 힘써 왔습니다. 그리고 지금은 창원YMCA에서 주일예배만 드리고 있지만 부러움이나 부끄러움도 없이 매 순간 감사하며 교회를 섬기고 있는데 한 가지 바람이 있다면 이 땅의 교회들이 세상의 소금, 세상의 빛이 되는 것입니다.

하나님께서는 하늘에 계시는 분이 아니라 세상 속으로 성육신하셔서 사람들을 부르시고, 그들과 함께 일하시기를 원하셨는데 예수님과 함께 세상을 섬기는 이들의 공동체가 바로 교회입니다. 그러므로 교회가 세상과 구별이 되지만 세상과 함께할 때 빛이 나고, 세상을 섬길 때 세상 사람들조차도 하나님을 찬양하게 될 것입니다.

그리고 하나님 사랑이 형제 사랑과 뗄 수 없는 것이라면 형제가 누구입니까? 형제 사랑의 핵심이 원수 사랑이라면 원수 사랑이 없는 하나님의 사랑은 온전할 수 없을 것입니다.

최후의 심판에서 예수님께서는 사람들을 오른쪽과 왼쪽으로 나누시고, 오른쪽 사람들에게 "너희는 내가 굶주리고 목말랐을 때 먹을 것과 마실 것을 주었고 나그네 되었을 때 따뜻하게 맞아 주었고 또 헐벗었을 때에 입을 것을 주었고 병들었을 때 돌봐 주었고 감옥에 갇혔을 때에 찾아 주었다"고 합니다.

사람들이 "주님, 저희가 언제 그렇게 했습니까?"라고 했을 때 예수님께서는 "여기 있는 형제 중에 가장 보잘것없는 사람 하나에게 해 준 것이 바로 나에게 해 준 것이다"고 말씀하시고는 그들이 영원한 생명의 나라에 들어갈 것이라고 하셨습니다.

오늘 우리에게 원수와 같거나 가장 보잘것없는 사람들이 누구입니까? 최근 이슈가 되고 있는 문제들을 중심으로 정리하면 여성, 난민, 성소수자, 이주노동자, 학생 등이 그들일 텐데 이들에 대한 교회의 입장이 어떠합니까? 대체로 부정적이고 심히 공격적인 것은 율법은 있어도 복음은 없고, 교회는 있어도 예수님은 없기 때문입니다.

잘 믿는다는 것이 어떤 것입니까? 예수님을 예수님 되게 하는 것일 텐데 예수님이 머리인 교회에 예수님이 없다면 그들의 주장 또한 죽은 것이나 다르지 않습니다.

최근 경상남도교육청이 제정하려는 학생인권조례에 대해 지역 교회들이 하나로 뭉쳐서 맹렬히 반대하는 모습을 보면서 자랑스럽다기보다는 교회의 논리가 너무나 일방적이고 세련되지 못해서 사람들을 추동하기는커녕 잃을 것이 더 많을 것 같아 걱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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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앞으로도 교회들의 기세가 쉽게 꺾이지는 않겠지만 교회들이 반대만이 아니라 교회가 기여할 수 있는 대안들을 제시하려고 한다면 도교육청과 지역교회들이 함께 제정하는 인권조례가 될 수도 있을 것입니다. 이제 곧 봄이 올 텐데 어른 중심이 아니라 아이들이 주체가 되어 자유롭고, 행복하고, 스스로 자신을 세워가는 학생인권조례가 만들어지기를 소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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