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사회가 아이들을 다루는 방식보다 더 그 사회의 영혼을 정확하게 드러내 보여주는 것은 없다.(넬슨 만델라)'

얼마 전 읽은 <이상한 정상가족>(김희경 지음, 동아시아 펴냄) 첫머리에 나오는 글귀다. 이 책은 창원시가 선정한 '2019 창원의 책' 최종 후보 5권에 오른 도서 중 하나다.

아동학대 사건이 잇따르자 정부는 초등학교 취학통지서를 받고도 예비소집에 오지 않는 아이들의 행적을 뒤쫓고 있다. 그 과정에서 거짓 출생신고 사실이 밝혀지기도 하지만, 불법유기나 사망 가능성이 우려되는 실종 아동도 있다.

데이트 폭력 등 성인 약자를 대상으로 한 폭력에 대한 문제의식은 우리 사회에 널리 퍼졌다. 하지만 가정 내에서 아동에 대한 폭력은 다르게 대하는 시각이 많다.

보육기관에서의 아동학대는 CCTV 설치까지 거론하며 민감하게 반응하지만, '내 아이'에 대한 폭력은 '사랑의 매'라며 미화한다.

"나도 맞으면서 컸다. 다 그렇게 크는 것"이라며 자녀 체벌을 정당화한다.

일부는 학대와 훈육을 가르는 경계가 뭐냐고 묻기도 한다.

이에 김희경 작가는 "체벌은 엄연히 별개인 인격체에 대한 구타이고 폭행인데도 아이의 관점이 아닌 성인, 부모의 관점에서 지속된다. 어느 누구도 사랑을 이유로 또는 타인의 행동 교정을 위해 다른 사람을 때릴 수 없는데 오직 아이들만은 훈육이라는 이름으로 때리는 것이 용인되는 유일한 집단이다"라고 꼬집는다.

직장에서 상사가, 혹은 연인이나 배우자가 "너는 맞을 짓을 했다. 네가 잘못한 것"이라고 폭력을 행사하면 가만히 있을 것인가? 나는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을, 왜 아이들은 가만히 있어야 하는가.

'사랑의 매'는 없다. 강자인 성인이 약자인 아동에게 행하는 폭력일 뿐. <꽃으로도 때리지 마라>는 오래된 책 제목이 다시 떠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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