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실마리를 찾지 못하던 탄력근로제가 노·사·정의 마라톤협상 끝에 마침내 합의된 결과를 내놓았다. 하지만 뚜껑을 열자마자 문재인 정부의 첫 사회적 합의라는 의미를 갖는 결과임에도 노·사·정의 한 축인 노동계로부터의 비판이 고조되고 있다.

타협은 어느 한쪽의 주장이 관철되는 것이 아니다. 서로 첨예한 대립이 불가피한 경우에는 더욱 그렇다. 이번 노·사·정 협상도 어느 일방의 주장이 더 많이 관철되었다면 결코 대타협의 열매를 기대할 수는 없다. 특히 건강권과 임금보전 등 노동기본권리가 후퇴했다는 비판을 받는 부분은 이번 협상에 참여하지 않은 민주노총의 반대에 명분을 주는 것은 아닌지 염려된다.

이번 타협에서는 경영계가 요구한 탄력근로제 단위시간을 현행 최대 3개월에서 6개월로 늘리고 노동계가 요구한 휴식시간 의무화를 통한 건강권 보장과 임금보전 방안을 마련키로 하는 등 표면적으로는 서로의 요구가 담겨 있다. 하지만 초과노동 금지원칙이 빠지면서 경영계가 법을 악용할 우려도 있으며 노동조합이 없는 사업장의 경우 이런 맹점이 더욱 심해질 우려도 있다.

문재인 정부는 노동자 권리를 위해 주 52시간 근무제를 밀어붙였었다. 경영계에서는 반발이 있었으나 일 중독을 치유하고 여유가 있는 삶을 위한다는 명분이 전체적으로는 국민의 지지를 받았다. 그러나 이번 합의로 주 52시간 근무제가 흔들리게 되었다. 이것은 노동자뿐만 아니라 정부의 정책 신뢰에도 악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다. 근무시간이 1주 평균 60시간이 넘으면 업무로 인한 질병 관련성이 높아진다는 부분은 노동부도 인정하고 있다. 탄력근로제 확대는 과로사 합법화라는 노동계 비판이 틀린 주장이 아니다.

협상으로 만들어진 규칙은 잘 지켜져야 의미가 있다. 한쪽이 불만을 드러내고 정부의 노동정책이 후퇴하는 모양새는 정부 정책의 다른 부분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다. 민주노총은 3월 총투쟁을 예고했다. 경제침체와 사업하기 어렵다는 현실 논리의 결과일 수는 있겠지만 이래저래 정부가 새로운 갈등을 양산하는 함정에 빠진 것은 아닌지 우려스럽다.

기사제보
저작권자 © 경남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