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 일자리·노동 개념도 바꿔
새로운 노동환경도 조성되어야

신호등 불빛이 바뀐다. 노란불이다. 차량들이 멈춰 선다. 스마트 폰에게 "오늘은 무엇을 먹을까?"라고 물으니 AI가 저녁 메뉴를 추천한다. 내비게이션이 길을 찾는다. 앱을 통해 음식을 넘어 생활용품까지 클릭 한 번으로 모든 것을 얻을 수 있는 시대다. 편리하다. 우리 일상생활에 스며든 '스마트'는 만능이 되어버렸다. 사용 안 해본 사람은 있어도 한 번만 사용한 사람은 드물다는 스마트한 플랫폼 기업들의 서비스. 이 서비스는 누구의 삶을 통해 만들어지는 것일까.

전통시장에서 대형마트로, 대형마트에서 온라인 마켓으로 상권이 전이되는 과정에도 스마트는 작동한다. 똑똑하고 영리한 이미지로 편리함을 무장한 채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경계를 잇고 있다. 사람과 사람을 이어주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넘어 상품과 사람을 이어주는 소셜커머스 플랫폼들이 많아졌다. 많아진 만큼 그 경계를 잇기 위해 움직이는 사람들이 도로 위에 많아졌다.

소셜커머스의 하나인 '쿠팡'은 '쿠팡 플렉스'를 통해 '시간당 3만 원 이상, 역대급 가성비. 이 기회를 놓치지 마세요!'라며 일자리 홍보를 하고 있다. 원하는 요일 원하는 지역에서 누구나 쉽게 자차를 이용해 운송 가능한 연결시스템을 통해 사람들을 모으고 있다. 시간의 효율성과 편리함을 앞세워 사람들이 모이자 24시간 운송이 가능해졌다. 건당 900원에서 2000원까지 변하는 비용을 누구보다 빠르게 운송가능한 시간이 돈이 되는 순간이다. 사람들은 한 건이라도 더 하기 위해 자차에 상자를 밀어 넣는다. 마치 테트리스를 하듯 빈 공간 없이 빼곡하게.

점점 평생직장이란 단어를 말하기가 어렵다. 비정규직의 정규직화가 진행되는 시간보다 비정규 프리랜서 근로 형태가 더욱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명칭은 달라졌지만 플랫폼들은 소강상태의 수익을 새로운 운영체제를 통해 만들고 있다. 일자리가 생긴 것인지도 모른다. 바로 긱 이코노미(Gig economy·필요시 탄력적으로 인력을 운영하는 형태) 유통시스템이다. 우버, 카카오택시 등 아직은 빨간불이다. 물질적 재화를 생산하는 노동이 기계화 및 자동화되고 있다. 가속화하고 있다. 사람과 사람, 사람과 상품 넘어 사람과 문화까지 연결되는 시대에 일자리에 대한 고정관념이 변하고 있다. 수요와 공급이 IT를 통해 늘어나는 만큼 이러한 운영체제들이 다양하게 접목되고 있다. 누군가의 편리함을 위한 서비스다. 쿠팡 플렉스의 후기를 살펴보면 어떤 이는 수익을, 어떤 이는 최저임금보다 못하다는 이야기들이 난무한다. 막 시작한 새로운 일자리에 대한 기대감과 실망이 뒤섞여 아우성이다. 이는 시간과 건수에 자신을 맡긴 채 도로 위를 질주할 수밖에 없게 만든다.

브레이크 등이 빨갛게 켜져 있는 동안 오토바이 한 대가 쏜살같이 지나간다. 단속카메라가 눈 부릅뜨고 지켜보고 있지만, 오토바이는 아랑곳하지 않는다. "위험한데, 사고가 나겠는데." 도로 위에 위협을 느끼는 순간 사고는 순식간 일어났다. 멈추지 않는 것들이 서로 부딪쳤다. 허공을 나는 오토바이 운전자가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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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적으로 기술적 변화를 막을 순 없다. 온전한 것은 오토바이 뒤에 달린 배달가방. '퀵', '콜', '배달'이란 상호명이 적힌 가방뿐이었다. 국내법과 국내시장이 어떻게 새로운 시스템을 받아들이고 작용해 나갈지 새로운 형태의 노동환경이 만들어져야 한다. 분명한 것은 누군가의 노동에 의해 편리함이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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