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넘어 지역민 일상에 도움 주는 기관으로"
금융약자 신용회복지원 등 30년 몸담은 캠코에 자부심
섬 출장상담·작은도서관 등 사회공헌활동 꾸준히 참여

황원섭(57)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 경남지역본부장은 1988년 입사 이후 30년간 한 조직을 지켜오고 있다. 지난해 3월 1일부터는 경남지역본부를 책임지고 있다.

한국자산관리공사는 △금융회사 부실채권 인수 및 정리 △기업 구조조정 △금융 소외자 신용회복지원 △국유재산 관리 △체납 조세 정리 등을 하는 준정부기관이다. 이곳은 1962년 한국산업은행 부실채권과 비업무용자산을 정리하기 위한 전담기구로 설립됐다. 이후 1997년 IMF 외환위기, 2002년 신용카드 대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등 위기 때마다 국가 경제 안전망 역할을 했다.

한국자산관리공사 과거 명칭은 '성업공사'다. 그리고 이미지 전환을 위해, 지금은 영문 이름인 '캠코(Korea Asset Management Corporation 약자)'를 공식적으로 사용하고 있다.

▲ 황원섭 한국자산관리공사 경남지역본부장은 가계·기업·공공 자산을 관리하는 캠코의 업무에 자부심을 느낀다고 했다. /김구연 기자 sajin@idomin.com

-한국자산관리공사 업무 분야가 생각 외로 매우 다양한 것 같다.

"국유재산 가운데 용도폐지돼 일반 재산으로 전환된 경우 100% 우리가 관리한다. 또한 가계·기업·공공 자산을 관리한다. 자산에는 자본뿐만 아니라 부채도 포함된다. 즉 가계 부채 관리, 기업 부실에 따른 인수·관리도 우리 몫이다. IMF 외환위기 때 5개 은행이 퇴출당했다. 우리가 그때 부실채권을 다 안았다. 그때 우리가 '소방수 역할'을 제대로 했다고 본다. 그 이후 공사 자체 법률(금융기관 부실자산 등의 효율적 처리 및 한국자산관리공사의 설립에 관한 법률)이 만들어질 정도로 업무 영역도 넓어졌다."

-일반인들이 특히 관심 둘 것 같은데, '금융소외자 신용회복지원'은 구체적으로 어떠한 내용인가.

"금융기관 부실채권을 인수해 신용위험에 빠진 금융소외계층 채무를 재조정하고, 원금을 대폭 감면하는 등 신용회복을 지원하고 있다. 채권추심업자 채무독촉으로부터 이들을 보호하기 위한 제도를 지속해서 마련해 나가고 있다. 즉, 연체 채권 매입, 채무 조정, 전환 대출(바꿔드림론), 생활 안정자금 대출, 그리고 지원 대상자 취업과 창업 컨설팅 뒷받침 등 서민금융 서비스를 종합적으로 제공한다."

-자산관리공사에서 '공매 투자' 아카데미도 가끔 열던데, 초보자들에게 조언을 한다면.

"경매는 법원에서 개인 간 채권·채무를 해결하는 것이고, 공매는 국가·공기관 채권을 정리하는 것이다. 공매 기관인 한국자산관리공사는 공공자산 처분시스템인 '온비드(www.onbid.co.k)'를 운영하고 있다. 이곳에는 처음인 분들을 위해 공매 방법을 자세히 설명해 놓았다. 온비드에는 부동산뿐만 아니라 자동차·기계 등 다양한 물건들이 있다. 매매뿐만 아니라 임대도 많다. 사람들이 옷 하나를 사기 위해 매장 여러 군데를 찾듯, 공매 역시 결국 발품을 많이 팔아야 한다. 그러면 위험을 좀 줄일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한국자산관리공사는 어떻게 입사하게 됐나.

"경북 경주에서 태어나 대구에서 초·중·고를 다녔고, 경북대학교에서 행정학을 공부했다. 군대 다녀오고 1988년 졸업 무렵이었다. 동아일보를 보니 '성업공사(옛 이름)' 채용 광고가 있더라. 사실 성업공사가 뭐 하는 곳인지 자세히 몰랐다. 공고에 보니 '금융기관 연체 정리·회수 전문기관'이라고 돼 있었다. 공기업에 대한 매력을 느껴 지원했는데, 운이 좋아 서류·필기·면접을 거쳐 최종 합격하게 됐다."

-실제 일을 해보니 어떻던가.

"다른 기관에서 하지 않는, 유일하게 우리 공사만 이 업무를 할 수 있다는 것에 대한 자부심을 느꼈다. 이제 와서 드는 생각인데, 우리 공사가 지금까지 국가적 어려움 속에서 '사회 안전판', '구원 투수' 같은 역할을 나름 잘했다고 본다. 그러한 노력의 결과가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어 뿌듯한 마음이다."

-1년 전부터 경남지역본부장을 맡고 있다. 특별히 역점 둔 사업 같은 게 있나.

"사실 전국 지역본부는 업무 목표가 대동소이하다. 다만 그런 마음은 있었다. 우리는 자산관리공사의 지역본부이기도 하지만, 경남지역 기관이기도 하다. 이에 지역사회에 작으나마 도움 될 일을 많이 하자는 생각이었다. 경남은 섬이 많잖은가. 이에 '도서 지역 찾아가는 상담서비스'를 꾸준히 진행하고 있다. 상대적으로 관련 업무에서 소외된 섬 주민에게 국유재산 대부·매각 관련 절차를 설명·안내하고 있다. 또한 창원시 상남지역 아동센터에 '캠코브러리'라는 작은 도서관을 마련했다. 이 밖에 지역대학 인재 육성 지원, 신용 교육, 해군군수사령부와 1사 1병영, 아동센터 아이들 야구장 관람 지원, 독거노인에 도시락 배달 등도 이어가고 있다. 우리 직원들에게 '뭐라도 도움 주려는 기관으로 인식되도록 하자'고 강조하고 있다."

▲ 캠코 경남본부는 지역사회공헌에도 활발히 참여하고 있다. 황원섭(왼쪽) 본부장이 지난해 창원동진노인복지센터에 기부금을 전달하는 모습. /캠코 경남본부

-민원이 많을 수밖에 없겠다.

"업무 성격이 국유지 관리다 보니 당연하다. 예전엔 국유지를 임의로 쓰는 일이 흔했고, 지금까지 이어지는 경우도 많다. 또한 대부 사용 기간, 면적을 두고도 문제를 제기하는 분이 많다. 사용자 권리를 보호받기 위해서는 자산관리공사와 정상적인 계약을 맺어야 한다. 대부 계약 혹은 매입으로 마음 놓고 사용할 수 있게 됐다며 고마워하는 분도 많다."

-지역 경제인들과 교류도 하는가.

"한국은행 경남본부장 주관으로 지역 경제 기관장들이 한 달에 한 번 모이고 있다. 개인적으로 술을 즐기는 편이다. 은행 지점장 등 가깝게 지내는 몇몇 분과 가끔 모여 한 잔 하면서, 지역 동향을 나누곤 한다."

-한국자산관리공사에서 30년 넘는 시간을 보냈고, 이제 정년도 맞이하게 될 텐데, 남다른 감회가 있을 것 같다.

"경남지역본부장직은 앞으로 6개월에서 1년 정도 더 맡게 될 것 같다. 정년도 몇 년 남지 않았다. 내가 지금까지 조직에 얼마나 기여했나를 되돌아보면, 부족함을 느낀다. 그래서 우리 조직에 항상 고마울 따름이다. 퇴임 이후에는 대구로 돌아갈 것 같다. 경북대학교 행정대학원을 야간에 다닐 예정이다. 예전 공부했던 것을 다시 한 번 살펴보고 싶은 마음이다. '인생도처유상수(人生到處有上手)'라는 말을 좋아한다. 사람은 곳곳에서 숨어 있는 고수들을 만나게 되고, 그들을 통해 새로운 깨달음을 얻는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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