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민단체, 밸리사업 폐기 촉구
'포화'시설원예 투자 비관적
현 유통 시스템 재정비 요구

"지금도 시설하우스가 포화상태라 매년 수확한 농작물을 산지에서 폐기하는 일이 되풀이되는데도 정부와 경남도에서 스마트팜 혁신밸리를 추진하는 데 배신감을 느낀다."

"젊은이들에게 헛바람 넣지 마라. 농산물 문제는 유통이 문제이지 생산성 향상이 아니다. 차라리 농민들에게 이 자금을 투자하면 우리가 더 잘할 수 있다."

21일 오전 진주에 있는 경남도 서부청사에 모인 전국농민회총연맹 부산경남연맹·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 경남연합 소속 회원들은 한목소리로 스마트팜 혁신밸리에 대해 불만을 쏟아내면서 전면폐기를 촉구했다.

이들은 이날 서부청사 대강당에서 열릴 예정이던 사업설명회에 맞춰 항의 기자회견을 열었고, 설명회는 무산됐다.

'스마트팜 혁신밸리'는 정부의 8대 혁신성장 핵심과제다. 농식품 산업 차세대 스마트 시설을 확산하고, 장기적으로 청년 농업인을 육성해 청년 일자리를 늘리려는 정책이다.

▲ 21일 오전 경남도 서부청사 앞에서 전국농민회총연맹 부산경남연맹·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 경남연합 회원들이 기자회견을 열고 스마트팜 혁신밸리에 대해 불만을 쏟아내면서 전면폐기를 촉구하고 있다. /김종현 기자

정부는 지난해 2곳을 선정했고, 올해 2곳에 대해 공모에 들어갔다. 밀양 등 6곳이 공모신청을 준비 중이다. 경남도는 정부 공모에 대비해 애초 고성군 하이면 일대에 터를 조성해 추진하다 밀양시 삼랑진읍 임천리 일원으로 소재지를 변경했다. 스마트팜 혁신밸리에 선정되면 사업 예산 약 638억 원(국비)이 지원된다.

부경연맹 등은 "이미 시설하우스가 포화상태로, 생산비도 못 건지는 시설원예에 대규모 투자는 큰 재앙이 될 것"이라며 "경남도는 지금이라도 정부에서 진행하는 스마트팜 혁신밸리 공모사업 신청을 중단하고 진짜 경남형 스마트팜 사업을 진행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들은 "민관농정 거버넌스인 농어업특별위원회에서 충분히 의논하고 경남농민들의 시설원예 노하우와 정보통신기술을 결합해 진짜 경남형 스마트팜을 진행하면서 유통구조 개선, 수급조절 등 유통시스템을 정비해 경남의 시설원예를 경쟁력 있고 소득도 창출되는 농업으로 발전시키는 길을 모색하는 게 수순이다"고 강조했다.

박갑상 진주시농민회장은 "시설하우스가 포화상태라 작년에는 청양고추, 올해는 주키니 호박이 과잉생산되면서 산지에서 폐기하는 악순환이 되풀이되고 있다"며 "이런 상황에 스마트팜 혁신밸리까지 추가하는 것은 다 같이 죽자는 얘기밖에 안된다"고 주장했다.

이에 앞서 민중당 경남도당은 20일 도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스마트팜 혁신밸리 공모사업을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민중당 도당은 "신규 청년 농업인 시설원예 유입과 육성은 공멸의 길"이라며 "기존 시설원예 농민들에게 스마트팜 기술을 접목할 기회를 주는 것이 현실적인 방안이다. 정부 예산을 우선 따오자는 근시안적 자세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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