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9일 금속노조 대우조선지회는 현대중공업의 대우조선 인수와 관련한 쟁의행위 찬반투표가 조합원 5611명 중 4831명(92.16%)이 찬성하였다고 밝혔다. 대우조선지회 조합원 대다수가 파업결의에 동의하면서 현대중공업의 대우조선 인수는 또 다른 국면으로 나아가는 모양새를 보이고 있다.

먼저 대우조선지회의 쟁의행위 찬반투표 결과는 대규모 구조조정을 우려하는 대우조선 조합원의 목소리를 담고 있는 결과이다. 또한, 노동자들의 이런 의사표현은 사실상 처음부터 예측된 결과일 뿐이다. 다시 말해 대우조선지회 노동자들의 이런 태도를 놓고 대기업 소속 노동자나 노조를 악마시하거나 경원시할 필요는 없다는 점이다. 아무리 조선 산업의 장래가 걸려 있는 중차대한 일이라고 하더라도 조합원들의 고용불안정성이 높아지는 일에 노조조직이 찬성하고 나서기란 사실상 불가능한 게 현실이다. 게다가 조선 산업에 종사하는 노동자와 노조조직 역시 산업의 미래를 담고 있는 합리화나 구조조정에 촉각을 곤두세우면서도 일차원적으로 자신들의 일자리나 이해관계에 초점을 맞추는 행위를 이기적이라고 평가절하만 할 수는 없다. 또 다른 측면에서 보면 산업의 직접적 이해당사자들이 자신들의 목소리를 우선 내는 건 산업 발전에 긍정적인 영향과 작용을 한다는 사실도 고려해야 한다.

조선 산업의 직접적 이해당사자인 노동자들이 이런 의사 표현을 하는 와중에 대우조선해양의 사용자를 대표하는 정성립 사장이 사의를 표명했다고 밝혔다. 노사관계 이해당사자의 의견조율과 갈등조정을 해야 할 중심 인물이 2년 이상이나 보장된 임기에도 불구하고 사의를 표명한 것은 분명 악재다. 왜냐면, 현대중공업의 대우조선해양 인수과정에서 을의 입장에 놓인 대우조선의 이해를 대변해 줄 사용자 대표의 부재는 향후 협상의 내용이 일방적인 지배관계로 굳어질 여지가 많기 때문이다. 또한, 아무리 공적자금을 투입해도 마치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라는 비판이 가장 먼저 제기되는 대우조선해양의 경영정상화가 현대중공업과의 인수합병 하나로 과연 해결될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바로 이런 문제들을 드러내어 놓고 사회적 토론이라는 과정을 이제부터라도 밟을 필요는 있다. 이해당사자들이 서로 교감하고 동의하는 과정이 있어야 해답 찾기가 가능하다는 단순한 진실을 이젠 외면하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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